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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600만弗 사나이' 정황만… 결정적 물증이 없다

입력 : 2009-05-05 12:02:40 수정 : 2009-05-05 12: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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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진 검찰총장 신병처리 앞두고 장고 돌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신병처리 결정만 남겨둔 가운데 임채진 검찰총장의 장고(長考)가 이어지고 있다. 4일에는 수사결과를 보고받았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돈 600만달러가 노 전 대통령 측에 건네졌다고 의심할 정황증거는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이를 알았다고 볼 결정적 물증은 없다. 구속영장 청구와 불구속 기소의 두 카드를 놓고 선택해야 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100만달러 존재 알았나=검찰은 박씨가 2007년 6월 노 전 대통령 측에 전달한 100만달러 사용처를 좇던 중 국가정보원의 수상쩍은 움직임을 포착했다. 당시 미국에 있던 노 전 대통령 아들 건호씨가 주택 임대나 중고차 구입, 금융거래 등 일상생활에서 수시로 국정원 직원의 도움을 받은 것이다.

국정원 ‘동원’ 배후엔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있었다.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정씨 요청으로 건호씨의 미국 생활에 각종 편의를 봐주고 결과를 정씨에게 통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박씨 돈 100만달러를 청와대 경내 대통령관저로 ‘배달’한 장본인이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노 전 대통령이 재직 시절 100만달러 존재를 알았을 것으로 의심한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여전히 “100만달러는 아내(권양숙 여사)가 받아 빚을 갚는 데 썼다. 나는 몰랐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 권 여사가 아들이 염려돼 남편 몰래 100만달러 일부를 미국에 보내고 또 정씨를 통해 국정원에 ‘청탁’을 넣은 것이라면 이를 노 전 대통령 혐의와 직접 연관시키긴 어렵다.

◆500만달러 존재 알았나=지난해 2월 태광실업 홍콩 현지법인 APC 계좌에서 인출돼 노 전 대통령 조카사위 연철호씨에게 건너간 500만달러도 마찬가지다. 일단 연씨가 아닌 건호씨가 이 돈에 ‘지배력’을 행사한 정황은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문제는 노 전 대통령과 관련성이다.

검찰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 퇴임 직전인 지난해 1월 대통령관저에서 노트북 PC 한 대가 벤처기업 오르고스로 배달됐다. 건호씨 소유의 이 노트북엔 노 전 대통령이 개발한 프로그램 ‘노하우2000’이 담겨 있었다. 얼마 뒤 건호씨는 500만달러 중 일부를 오르고스에 투자해 이 회사 대주주가 됐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전 500만달러 존재를 알았을 것으로 의심한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측은 “건호씨가 ‘노하우2000’ 프로그램을 원래 갖고 있었는데 이게 ‘윈도98’에서만 가동되기 때문에 청와대 부속실에서 건호씨 노트북에 ‘윈도98’을 저장한 뒤 돌려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노 전 대통령과 500만달러를 직접 연결짓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장고 중인 검찰총장=임 총장은 이날 우병우 대검 중수1과장에게서 2시간 동안 노 전 대통령 수사결과를 보고받았다. 문성우 차장과 이인규 중수부장 등 대검 참모 8명이 배석했다. 15쪽 분량의 보고서는 100만달러, 500만달러, 2억원 상당 명품시계, 대통령 특수활동비, 직무관련성 다섯 분야로 짜여졌다.

임 총장은 수사팀의 노고를 치하하고서는 줄곧 입을 굳게 다문 채 보고 내용을 듣기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는 문 차장이 주재했으며 대검 부장들은 “수사결과가 만족스럽다. 많은 의혹이 규명됐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 구속 여부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며 “봉하마을에서 100만달러 사용처를 제출받고 권 여사 재조사까지 마친 뒤 노 전 대통령 신병처리 방향을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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