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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하라! 한국 경제여] 화물 위치 일일이 지정… 숨막히는 군사작전 방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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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1-02 15:14:22 수정 : 2010-01-02 15: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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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화물기 탑승 스케치 보잉 747급인 OZ 587, 588편은 아시아나항공에서 운항 중인 대표적인 세계일주 노선이다. 전체 화물기 중 매출이 가장 커 2009년 한 해 동안 이 화물기 한 편이 벌어들인 평균 수입은 약 5∼6억원이다. 연간 화물 탑재율이 95% 이상은 돼야 수익을 낼 수 있어 항공사 화물사업 부문 직원들은 화물을 가장 많이 탑재할 수 있는 노선을 짜고 유치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여기에 화물에 흠집 하나 나지 않도록 적재, 운송하는 화물 탑재사와 조종사들의 땀방울도 숨어 있다.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와 뉴욕 JFK 공항으로 향할 화물들이 OZ 587편 화물 탑재구를 통해 적재되고 있다.
송원영 기자
◆화물 탑재, 군사작전 방불케 해=
7일 오후 8시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과 활주로를 지난 곳에 위치한 북측 화물터미널 B구역 아시아나항공 화물청사. OZ 587 화물기가 육중한 몸집을 드러내자 동체 앞쪽으로 급유와 충전을 위한 특수차량이 쏜살같이 달려갔다. 정비사들이 엔진을 점검하는 사이 적재 작업을 벌일 조업팀 9명은 발 빠르게 화물을 실어 날랐다.

화물청사 안에선 거대한 골리앗처럼 생긴 철제 구조물이 자동으로 화물 운송지역을 분류했다. 비행기 동체 뒷부분 화물 탑재구로 들어간 물품들은 적재용 철재 선반인 팔레트 위에서 제 위치를 찾아 차곡차곡 실렸다. 화물기 동체에 맞춰 가장자리에 놓일 화물 윗부분은 둥그렇게 처리돼 공간 활용도를 최고로 높였다. 이런 작업은 작업자들의 얼굴색만 바뀌었을 뿐 인천과 미국, 유럽을 오가는 동안 모든 공항에서 똑같이 반복됐다.

화물 탑재관리사인 ‘로드 마스터’들이 가상 게임까지 벌여 모든 화물 위치를 일일이 지정했다. 인천화물서비스지점 송용권 차장은 “화물을 잘못 배치하면 항공기 기동성이 떨어지고 이륙 활주 거리가 길어진다”며 “연료 소모도 많고 이·착륙 때도 매우 위험해 항공기 전체의 무게중심에 따라 화물 균형을 맞춘다”고 설명했다.

◆시차·소음·고도와 끝없는 사투=화물이 모두 실리면 그 다음은 조종사들 몫이다. 운항거리가 길다 보니 기장, 부기장이 한 팀으로 모두 4명이 탑승했다. 조재정 기장은 기내에 들어서자 “기상 여건은 좋다. 알래스카에 다다를 때까지 몇 차례 난기류를 만날 듯싶으니 놀라지 말라”고 당부했다.

조종을 맡은 팀이 비행하는 사이 다른 기장과 부기장은 조종석 뒤편에 마련된 침실에서 잠을 청했다.

이창준 부기장은 “잠을 잔다기보다 잠시 눈을 붙이고 휴식을 취하는 정도”라며 “시차와 불규칙한 생활 패턴 때문에 상당수 조종사들은 고질병인 풍치에 시달린다”고 귀띔했다.

그의 말대로 한밤중에 인천공항을 떠올랐지만 OZ 587편 밖은 2∼3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환한 대낮으로 바뀌어 있었고 이런 광경은 미국과 벨기에를 오가는 동안 수시로 반복됐다.

조종석도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자외선 차단제를 얼굴에 발랐지만 높은 고도에서 쬐는 햇볕은 뜨겁기 그지없었다. 수시로 화물칸에 내려가 동체 안을 한 바퀴 도는 ‘기내 산책’은 운항 도중 필수 사항이 돼 버렸다.

◆2010년도 수출 날갯짓은 계속=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12월 주간 운항 화물기는 14개국 22개 도시를 취항했다. 보잉 747기는 36회, 보잉 767기는 16회 19개 노선을 비행하며 화물을 운송했다. 화물기가 어느 한 공항에 내린다는 것은 단순히 취항권을 획득했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화주로부터 운송 화물을 따냈다는 걸 의미한다.

화물마케팅팀 오윤규 차장은 “여객기와 마찬가지이지만 화물기의 숙명은 최대한 하늘에 떠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것도 그냥 뜨는 게 아니라 화물을 가득 실어야 밥값을 하기 때문에 경기가 침체되거나 유가가 폭등하면 항공사로선 그보다 더한 고통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각종 경제지표가 경기 회복을 예고하면서 아시아나항공도 2010년 한 해 항공 운송 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는 9월에는 보잉 747급 화물기를 추가 도입하고 미주와 유럽 노선을 새로 짜 매출을 신장시킨다는 전략이다.

홍보팀 조용무 차장은 “반도체와 휴대전화 등 국내 주력 수출품의 수요가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며 “한국 경제가 더 크게 발전해 세계 곳곳으로 수출품을 실어나르는 게 항공사 화물본부 직원들의 간절한 소망”이라고 말했다.

인천,앵커리지,뉴욕,브뤼셀=김재홍 기자 h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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