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식메뉴 개발·외국인 숙박비 지원도 제동 시의회 심사 과정에서 예산이 삭감된 사업들을 보면 다소 황당한 사업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예산이 삭감된 이유는 여러가지였다. 디자인기업 펀드 조성(25억원), 서울 디자인 해외마케팅센터 운영(30억원), 해치거리 조성(1억6800만원) 사업 등의 경우 중복성 예산 편성이라는 이유로 전액 삭감됐다.
시의 2010년 예산안을 심사한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검토 보고서를 통해 “디자인마케팅센터나 디자인 기업펀드처럼 동시다발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사업에 대한 장기적,구체적 접근이라기보다는 디자인에 대한 집착으로 보여 예산 낭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서울시의 상징인 해치 조형물을 서울 도심 곳곳에 설치하려던 시도도 무위에 그쳤다. 남산3호터널 입구와 한국은행 입구 앞에 해치 조형물을 설치하려는데 대해 보고서는 “인접한 거리에 동일한 형태의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은 상징물로서의 희소성이 퇴색할 수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9억원을 들여 남산N서울타워에 크리스털 해치 조형물을 설치하려던 계획도 “민간기업이 아닌 서울시가 9억원을 투입해 호화로운 크리스털 해치 조형물을 조성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반드시 전액 삭감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중화권 관광객 유치를 위한 이색메뉴 개발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한 업체에 지원금을 주려던 안은 “액수가 500만원으로 적다고 할지라도 중식메뉴 개발에 예산을 지원하기보다는 중화권 관광객에게 한식을 홍보해야 할 것”이라며 “민간 중국음식점이 스스로 수익증대를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을 시민의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며 삭감했다.
이노스텔 외국인 숙박보조금 지급과 외국인 숙박비 할인·보전 제도는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시 지방세수 증가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명확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데다 유독 외국인에 대해서만 숙박비를 보전해 주는 것은 대표적 전시행정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며 “사업 계획을 수립하기 전에 예산을 편성한 문제에 대해 철저히 책임소재를 규명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질타했다.
애초 사업 성격과 맞지 않는 예산을 편성했다가 삭감된 사례도 있다. 노을공원 예술조각작품 설치(41억원), 공원 그늘막 설치(20억원)는 사업 추진심사 단계에서 인공시설물 설치 최소화 등을 조건으로 통과된 노을공원 이용편의시설 개선사업과 맞지 않아 각각 전액, 50%씩 삭감됐다. 의회 예결특위는 109억여원을 들여 노을공원에 경사형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사업은 에너지 소모를 전제로 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시가 추진하는 친환경 녹색정책과 대치되는 측면이 있고 환경생태공원을 표방한 공원 조성 목적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시 예산을 들여다본 시의회의 한 전문위원은 “행정감사사무 기간 이후 의회에서 예산안을 꼼꼼히 들여다볼 시간은 겨우 10여일에 불과할 정도로 짧다”며 “20조원이 넘는 방대한 서울시 예산을 일일이 확인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기 때문에 의사 일정을 조정해서라도 예산안 심의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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