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風 불라’ 위기감도 한몫… 본선 경쟁력 선택해
천안함 정국도 여야 후보들 공세 ‘보호막’ 구실 이변은 없었다. ‘오세훈 대세론’과 ‘오세훈 필패론’이 맞붙은 3일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대세론의 승리로 끝났다. 필패론을 앞세운 나경원 의원이 원희룡 의원과 막판 단일화까지 이뤄내며 오 시장을 추격했지만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경선기간 내내 여유 있게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 선두를 유지한 오 시장의 대세론은 이날 압도적 승리로 귀결됐다. 한나라당 당원과 지지자들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본선 승부를 감안해 오 시장의 경쟁력에 손을 들어준 게 승리의 요인이었다.
![]() |
◇3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나경원 의원을 꺾고 후보로 선출된 오세훈 시장이 꽃다발을 들고 지지자들의 환호에 인사하고 있다. 이범석 기자 |
이런 상황인 만큼 한나라당 당원 및 지지층이 오 시장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현직 프리미엄’과 대중적 인지도를 감안해 그를 뛰어넘을 ‘대타감’이 마땅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뉴타운 공약 문제 등으로 오 시장과 관계가 껄끄러웠던 서울 지역 상당수 원내외 당협위원장들이 오 시장 편으로 돌아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경선에서 오 시장은 당심(선거인단 투표)에서 나 의원을 두 배 이상, 민심(여론조사)에서 세 배 이상 앞서는 대승을 거뒀다.
오 시장 측 이종현 경선본부 대변인은 “그동안 경선과정에서 시프트(서울시 장기전세주택), 서울시의 전화 민원상담 서비스인 ‘120 다산콜센터’ 등 시정업적을 홍보하는 효과를 얻었다”며 “이를 통해 시정 경험과 서울시 미래구상이 유권자들에게 부각되면서 대세론을 굳히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나 의원과 원 의원의 단일화 효과는 ‘오세훈 대세론’ 앞에 무력했다. 원 의원의 고정표 일부는 오히려 오 시장에게 흘러들어가는 이탈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운도 따랐다. 오 시장의 출마선언 직전 발생한 천안함 침몰 사건도 대세론을 견인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 것이다. 천안함 정국의 ‘보호막’에 싸여 서울시장을 노리는 여야 후보들의 무차별 공세를 장시간 피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세훈만은 안 된다”며 단단히 날을 갈았던 나 의원 등 당내 경쟁자들은 칼집만 만지며 속을 끓여야 했다.
이로 인해 4년 전에도 손쉽게 서울시장에 당선된 그를 빗대 “선거운은 타고났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제 관심은 이런 선거운이 어디까지 갈 것이냐다. 그가 6월2일 사상 최초의 재선 서울시장이 될 경우 정계 입문 10년 만에 차기나 차차기 유력 대권후보 반열에 오르게 된다. 오 시장도 대권 도전 의사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