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하면 끝" 독과점 생산업체 인식 고쳐야
1일 방위사업청과 국회 국방위 소속 송영선 의원에 따르면 작년 10월부터 지난 5월까지 군에 납품된 봉합식 신형 전투화 43만6천750 켤레 가운데 4천35켤레가 뒷굽이 떨어지거나 물이 새는 불량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군화 밑바닥 전체를 접착제로 붙이는 접착식 전투화도 올해 12만 켤레가 납품될 예정이었으나 1만2천 켤레가 납품된 상태에서 20여 켤레가 불량이 확인되기도 했다.
신형 전투화는 기존 봉합식과 사출식 전투화를 개량한 2종과 신규 접착식 전투화 등 모두 3종으로, 신세대 장병의 체형 변화를 고려해 모형과 디자인을 개선하고 경량화한 것이다.
국방부는 작년 8월 신형 전투화 개발을 발표하면서 방수기능이 기존 제품보다 4배 이상 강화됐고 발에서 발생하는 습기나 열을 쉽게 배출할 수 있도록 통기성도 높였다고 강조했다.
이에 군의 한 소식통은 "전투화 불량 문제의 핵심은 '바닥창'에 있다"며 "문제가 된 봉합식 전투화의 바닥창은 J단체에서 생산해 납품하고 있으나 작년 군의 시험 때는 J단체가 만든 것이 아닌 T업체에서 만든 것으로 해서 통과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접착식 전투화도 작년 T업체에서 납품한 2만7천여 켤레에서는 문제가 없었지만 J단체의 바닥창으로 만든 3개 업체 중에서 생산된 것이 문제가 됐다"고 전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작년에 생산되어 육군훈련소에 납품된 것뿐 아니라 해병대에 납품된 것에서도 하자가 발생했다"면서 "국방부나 방사청이 작년에 불량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전투화 불량에 앞서 작년 12월과 지난 7월 두 차례 침수 사고가 난 K21 전투장갑차도 설계 결함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김태영 국방장관도 이와 관련, 지난달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K21 침수사고의 원인을 묻는 김학송 한나라당 의원의 질의에 "육군에서 조사를 했고 추가로 확인할 사항이 있어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설계 부분의 문제 등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사전문 월간지인 디앤디포커스도 "수상 도하 시 엑셀러레이터와 배수펌프 중 하나만 움직일 수 있으며, 이 때문에 엑셀러레이터를 사용하면 장갑차가 가라앉을 수 있고, 배수펌프를 사용하면 떠내려갈 위험이 있어 장갑차의 수상도하를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두산DST에서 제조한 K21은 대당 가격이 30억~40억원에 이르며 작년부터 실전 배치한 데 이어 2015년까지 500여대가 육군에 납품될 계획이다.
군납품에 잇단 하자가 발생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군의 군수품 검수 기능과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군수품 검수는 방위사업청 산하 국방기술품질원에서 맡고 있는데 임무를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인 것이다. 국방기술품질원은 직원이 500여명이며, 품질 검사원들은 방산업체에서 '저승사자'로 불릴 만큼 위세가 대단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송영선 의원은 "신형 전투화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과정에서 품질인증이 잘못됐다"며 "품질인증을 담당하는 국방기술품질원의 품질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재 K21과 신형 전투화 불량에 대한 국방부의 진상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가려내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독과점 생산을 무기로 '군에 납품하면 그것으로 끝'이라는 생산업체들의 잘못된 인식도 이번 기회에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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