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사나이’ 고 한주호 준위가 북한 공격에 폭침한 천안함 수색 중 순직한 지 1년. 그의 아들 상기(27)씨는 길을 걷다가 혹은 하늘을 쳐다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후∼’하고 한숨을 내쉬곤 한다. 아버지가 하늘나라로 떠나신 뒤 생긴 버릇이다. 요즘 들어 슬픔과 그리움이 뒤섞인 이런 탄식은 더 자주 새어나온다. “상기야”하고 자신을 부르며 활짝 웃는 아버지 모습을 꿈속에서 만난 날에는 남몰래 눈물을 훔친다. 자애로우셨던 아버지가 금방이라도 두 팔을 벌리고 자신을 마중할 것만 같아 퇴근길을 재촉한 적도 있다.

천안함 1주년을 앞두고 당시 전사한 장병의 가족들이 여전히 비통함에 빠져 있는 심경을 헤아리는 듯 한사코 인터뷰를 꺼리던 상기씨는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2주 전쯤 휴가를 나갔다가 귀대하는 날 눈이 엄청나게 내렸어요. 아버지가 기차시간에 늦지 않도록 진해역까지 태워 주면서 ‘다음에 소주나 한잔 하자’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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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한주호 준위의 아들 상기씨가 창원시 진해구 안골포초등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
지난해 6월30일 전역한 그는 두달 뒤인 9월1일 창원시 진해구 안골포초등학교에 부임해 5학년 담임을 거쳐 현재 3학년 체육과 도덕교사로 근무 중이다. 이 학교는 한 준위가 몸담았던 진해 해군특수전여단사령부와 가까운 곳에 있어 더욱 애착이 간다고 한다.
그는 “아버지는 제가 전역 후 교사가 되길 원하셨고 어머니도 좋아해 지금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준위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올해 신학기 보급된 초등학교 6학년 도덕 교과서 ‘생활의 길잡이’에 수록됐다. 그는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임무를 완수하려는 책임감 때문에 교과서에 실린 것 같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상기씨는 현재 진해구 자은동 아파트에서 어머니 김말순(57)씨, 대학에 복학한 동생 슬기(21)양과 함께 살고 있다. 그는 이사 온 새 집에 생전의 아버지 모습이 담긴 사진과 유품, 훈장 등으로 아버지 방도 꾸몄다. 상기씨의 어머니는 매일 가까운 절에 가 남편의 명복을 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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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폭침 1주년을 앞두고 인천항 해군기지에 걸린 ‘천안함 46용사의 희생을 잊지 말자’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 아래로 해군 장병들이 지나가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
창원=안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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