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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위한 아버지의 숭고한 희생정신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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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3-22 22:12:54 수정 : 2011-03-22 22: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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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DT 전설' 故한주호 준위 아들 상기씨의 사부곡
‘진짜사나이’ 고 한주호 준위가 북한 공격에 폭침한 천안함 수색 중 순직한 지 1년. 그의 아들 상기(27)씨는 길을 걷다가 혹은 하늘을 쳐다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후∼’하고 한숨을 내쉬곤 한다. 아버지가 하늘나라로 떠나신 뒤 생긴 버릇이다. 요즘 들어 슬픔과 그리움이 뒤섞인 이런 탄식은 더 자주 새어나온다. “상기야”하고 자신을 부르며 활짝 웃는 아버지 모습을 꿈속에서 만난 날에는 남몰래 눈물을 훔친다. 자애로우셨던 아버지가 금방이라도 두 팔을 벌리고 자신을 마중할 것만 같아 퇴근길을 재촉한 적도 있다.

지난해 3월30일 순직한 아버지와 이별한 지 1년이 다 된 지금도 상기씨는 여전히 슬픔 속에 있었다. 그는 22일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나라를 위한 선친의 숭고한 정신은 지금도 가슴속에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쏟아냈다.

천안함 1주년을 앞두고 당시 전사한 장병의 가족들이 여전히 비통함에 빠져 있는 심경을 헤아리는 듯 한사코 인터뷰를 꺼리던 상기씨는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2주 전쯤 휴가를 나갔다가 귀대하는 날 눈이 엄청나게 내렸어요. 아버지가 기차시간에 늦지 않도록 진해역까지 태워 주면서 ‘다음에 소주나 한잔 하자’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고 한주호 준위의 아들 상기씨가 창원시 진해구 안골포초등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군 UDT의 전설인 아버지를 잃을 당시 육군 1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중위로 근무했던 그는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날 저녁 전화통화를 했는데 목소리가 많이 안 좋으셨어요. 원래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으시는데 ‘바닷물이 너무 차 구조작업이 힘들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제가 ‘힘들면 가지 마시라’고 했는데…”라며 또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해 6월30일 전역한 그는 두달 뒤인 9월1일 창원시 진해구 안골포초등학교에 부임해 5학년 담임을 거쳐 현재 3학년 체육과 도덕교사로 근무 중이다. 이 학교는 한 준위가 몸담았던 진해 해군특수전여단사령부와 가까운 곳에 있어 더욱 애착이 간다고 한다.

그는 “아버지는 제가 전역 후 교사가 되길 원하셨고 어머니도 좋아해 지금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준위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올해 신학기 보급된 초등학교 6학년 도덕 교과서 ‘생활의 길잡이’에 수록됐다. 그는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임무를 완수하려는 책임감 때문에 교과서에 실린 것 같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상기씨는 현재 진해구 자은동 아파트에서 어머니 김말순(57)씨, 대학에 복학한 동생 슬기(21)양과 함께 살고 있다. 그는 이사 온 새 집에 생전의 아버지 모습이 담긴 사진과 유품, 훈장 등으로 아버지 방도 꾸몄다. 상기씨의 어머니는 매일 가까운 절에 가 남편의 명복을 빌고 있다.

◇천안함 폭침 1주년을 앞두고 인천항 해군기지에 걸린 ‘천안함 46용사의 희생을 잊지 말자’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 아래로 해군 장병들이 지나가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그는 “오는 26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개최되는 ‘천안함 46용사와 고 한주호 준위 전사 1주기 추모식’에서 희생 장병의 유가족을 만나게 될 텐데 어떤 말로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가정마다 떠난 분들의 빈자리가 매우 크지만 함께 힘을 내 슬픔을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기씨 등 유가족은 30일 창원시 진해구 명동 해양공원에서 고 한 준위를 기리는 동상 제막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창원=안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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