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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아찌아 이은 ‘가나다라’ 열풍… 한글 세계화 성큼

입력 : 2011-04-26 01:29:06 수정 : 2011-04-26 01:2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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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 아이마라족에 ‘시범교육’ 순항 인도네시아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에 이어 남미 볼리비아 아이마라족에게도 한글을 보급할 수 있는 교두보가 확보됐다.

200만명에 달하는 볼리비아 주요 종족인 이들에 대한 한글 보급은 자연스럽게 한글의 세계화로 이어질 수 있어 정부나 학술·민간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시급한 때다.

아이마라족에 대한 한글 전파를 성사시키기 위해선 그 어느 때보다 우리와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 중인 볼리비아의 정치·경제·문화 상황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언어보급이 해당 국가나 민족 입장에서는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특수성을 감안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더풀 코리아’… 볼리비아 한국에 우호적

한글에 대한 현지인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와라(8)양은 “한글이 신기하다. 재미있게 배우고 있다”고 했다. 로마리오(40·여)씨는 “처음 배울 때는 글자 모양이 이상했는데, 배우다 보니 의외로 쉽게 익혀진다”고 말했다.

현지 주민뿐 아니라 국가 지도층의 전폭적인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한글 표기 시범사업 과정에서 아이마라족 출신인 대통령과 외교부장관 등의 성원이 큰 몫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은 그동안 서구의 식민지배에 대한 뼈아픈 기억 탓에 알파벳(스페인어)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찌아찌아족은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알파벳 외의 차용문자를 전혀 허용치 않아 난관에 부닥친 것과 대조적인 상황이다. 볼리비아는 최근 개정한 헌법에서 공무원은 스페인어와 원주민어 1개를 의무적으로 구사해야 한다는 조항까지 만들었다.

정치·경제적으로도 한국과 볼리비아는 예전보다 한층 가까워졌다. 지난해 8월 모랄레스 대통령은 1965년 수교 이후 처음으로 방한했다. 우리 정부도 자원외교의 중요성을 감안해 금융위기 여파로 일시 폐쇄됐던 볼리비아 대사관을 10년 만에 재개관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도 (자원외교) 특사 자격으로 3번이나 볼리비아를 방문했다.

이런 환경을 한글 전파로 이어나가기 위해선 현지에서 원주민을 가르칠 교사와 교재, 교육시설 지원이 시급하다. 교육사업과 함께 열악한 생활환경을 가진 원주민들을 위한 지원도 필수적이다. 초케완카 외교부장관이 공식 서한을 통해 “한글표기 사업 확대를 통해 문화·교육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도 경제적 지원을 염두에 뒀다고 볼 수 있다.

김홍락 대사가 만든 한글 교본. 아이마라어 숫자 등을 한글로 표기하는 법을 적었다.
아이마라족 언어사정도 한글 정착 도울 듯

한글이 볼리비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인구를 가진 아이마라족의 표기 문자로 활용될 여건도 충족됐다. 원래 고유의 표기 문자가 없었던 아이마라족은 그동안 스페인어 알파벳을 사용했지만, 스페인어가 이들의 정확한 발음을 표기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아이마라족이 자신들만의 별도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아이마라족은 이런 차용 문자를 가진 역사도 오래되지 않아 성인 문맹률이 높다. 볼리비아 정부가 문맹률을 줄이기 위해 과거 쿠바의 교사들을 초빙해 시골을 돌며 스페인어를 가르쳤지만, 부족사회를 이루고 사는 원주민의 특성상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젊은 층도 한국 문화에 우호적이어서, 최근 양국 간 교류 확대에 따라 한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볼리비아 TV에서는 한국 드라마가 자주 상영되고, 현지 한국인을 위해 운영 중인 교민사회의 한글학교를 찾는 현지인들도 많다는 전언이다.

그렇다고 성급한 시도는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상대국에 대한 언어학적·문화적 배려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재일 국립국어원장은 “기본적으로 한글이 보급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아이마라어에 대한 언어학적 분석 등을 통해 한글과 얼마나 일치하느냐를 살핀 뒤 차분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원장은 “지원이 결정되더라도 민간차원에서 조용하게 진행돼야 한다. 과거 찌아찌아족 사례도 너도 나도 지원하겠다고 나서 문제가 생겼다. 차분하고 조용하게 성공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기천·조병욱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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