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정부는 27일 캠프 캐럴 주변에서 지하수 표본을 채취한다. 이는 한·미 양측이 전날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환경분과위원회를 열어 합의한 데 따른 것으로, 사실상 양국의 첫 공동조사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캠프 캐럴 주변 10곳에서 지하수를 채취할 예정이다. 양측은 미국에서 환경전문가가 입국하는 대로 정식 한·미 공동조사단을 꾸려 다음주부터 캠프 캐럴 내에서 본격 조사를 벌인다.
다음주에는 캠프 캐럴에서 지표 아래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첨단 레이더를 동원한 조사작업이 시작된다고 존 존슨 미8군사령관이 26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밝혔다. 미군 측은 최근 캠프 캐럴 내 고엽제 매몰을 주장한 스티브 하우스의 면접조사를 통해 정확한 위치를 파악했고, 그가 증언한 지역을 중심으로 레이더로 투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으로 인체 유해성 여부 등을 확인한다. 존슨 사령관은 “수질조사도 함께 벌여 (고엽제 매립 추정 지역) 토양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군 측은 고엽제와 관련해 불거진 다른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에 착수했다. 존슨 사령관은 퇴역 미군들이 언급한 지역 주변에 제초제, 솔벤트 등 드럼통들을 매립했다가 1979∼80년 다른 곳으로 옮겨 처리한 것과 관련해 “어디로 이송돼 어떻게 처리했는지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30년 전 기록까지 들춰보고 당시 근무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정확한 내용을 확인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소파 회의에서 미국은 캠프 캐럴의 과거 조사 내용을 담은 문건 2건을 한국 측에 제공했다.
이호중 환경부 토양지하수과장(왼쪽)과 조 버치마이어 주한 미군사령부 공병참모부장이 26일 경북 칠곡 캠프캐럴 고엽제 매립 파문을 논의하기 위한 소파 환경분과위원회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방부는 전날 현장답사를 통해 가로 20m×세로 20m 정도의 매립 추정 지역을 확인했다. 다음주 공동조사단이 만들어지면 화학물질 매립 예상 지역을 대상으로 실태를 파악한다. 국방부는 이를 위해 미군 측에 당시 부대 배치도 등 관련 자료를 요청하기로 했다. 부대 외곽지역의 오염 실태는 부천시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조사 결과 다량의 화학 폐기물이 확인되면 미군 측에 책임을 물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소파로는 캠프 머서에 대한 보상 청구나 치유를 요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미군에 일부 보상 등 도의적 책임을 지도록 요구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석호 기자 sok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