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돌프 히틀러가 1933년 독일에 나치 정권을 수립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독일 국민을 짓누르던 경제난에 힘입었다는 게 역사적 평가다. 1차대전 패배로 막대한 규모의 전쟁 배상금을 지불해야 했고, 전 세계를 휩쓴 대공황으로 먹고살기 어려워진 독일 국민이 극우주의에 표를 던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게르만 순혈주의’를 내세운 나치 독일은 결국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고, 이 기간 유대인 600만명이 희생되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유럽 경제가 휘청거리자 비슷한 상황이 엿보이고 있다. 지난 4월 핀란드에서는 우파 포퓰리즘 정당인 ‘진정한 핀란드인’이 돌풍을 일으켰다. 이 정당은 핀란드 세금이 그리스, 포르투갈 등 지원에 투입되는 데 대한 유권자의 반감을 득표에 이용했다.
지난해 9월 스웨덴 총선에서는 극우파 ‘스웨덴민주당’이 “이민자들의 세금 강탈로부터 돈을 아끼고 싶다면 그것을 선택할 수 있다”는 문구의 선거 방송 광고를 했고, 2009년 노르웨이 진보당은 “이민자를 받지 말고 모두 내보내자”는 공약을 내걸어 표를 쓸어 담았다.
이처럼 극우정당은 공통적으로 경제난에 따른 사회불안에 편승해 국수주의를 호소하고 이민자 등 소수 계층에 대한 적개심을 부추기며 세를 키워가고 있다. 국민 정서가 오른쪽으로 옮아가자 국가 정책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네덜란드 의회는 이중국적 폐지, 네덜란드어 시험 강화 등 이민자에 불리한 법안을 마련했고, 영국도 이민자 유입을 통제하고 나서는 등 경제난에 지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우파 포퓰리즘 정책을 수용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공존을 중시하는 유럽의 지도층은 이 같은 정치·사회 분위기 속에서 발생한 극우주의자 테러를 심각하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토르비에른 야글란 노벨평화상 위원회 위원장 겸 유럽회의 사무총장은 이날 “우리의 민주, 정치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젊은 시민들을 겨냥했다”며 “그러나 우리는 협박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야당인 녹색당은 성명을 통해 “범인의 이념적 배경이 극우주의라는 것은 인종주의와 반외국인 주장이 얼마나 위험한지 다시 한번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고, 독일 유대인 지도자인 디터 그라우만은 “항상 증오, 광신주의, 테러리즘의 위협을 받는 집단인 우리는 노르웨이 사회의 끔찍한 손실에 일체감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안두원 기자 flyhig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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