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네 번 맞고 살아난 소년
후세인 카제미(19)는 우토야섬의 총기난사 현장에서 총을 네 발이나 맞고도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아프가니스탄 출신으로 목숨이 위협받는 내전 상황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후 노르웨이로 건너간 그는 24일 병원 침대에서 기자들에게 “위험한 곳에서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고, 안전한 곳에서도 살해당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 바로 운명”이라고 조숙하게 말했다.
22일 열린 노동당 청소년 캠프에는 많은 이민자와 이민자 자녀가 노동당 활동가의 일원으로 참가했고 카제미도 그중 하나였다.
카제미가 레바논, 이라크, 소말리아 등에서 온 동료와 축구 경기를 막 마쳤을 때 총격이 시작됐다. 그는 주변 사람들이 바닥에 엎드리는 것을 보고 영문도 모른 채 따라서 엎드렸다. 사람들이 총을 맞고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총을 쏘는 남자를 피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는 다리에 총을 맞아 피가 나고 있었지만 나중에야 알아차렸다.
카제미는 총소리가 그칠 때까지 바위 뒤에 숨어 있다가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수영을 할 줄 몰라 물 밖으로 튀어나온 바위를 꼭 붙들고 누워서 죽은 척했다. 범인은 계속 총을 쏘아댔다. 카제미 주변에는 약 20구의 시체가 뒹굴고 있었다. 총격범은 여학생들이 소리를 지르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고 30여분이 흐른 후 경찰이 도착했다.

독일인 마르첼 글레페(사진)는 22일 목가적인 풍경의 우토야섬 인근 야영장에서 한가롭게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그가 캠핑카에서 가족과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어디선가 총성이 울렸다. 섬에서 청소년 두 명이 헤엄쳐 건너오고 있었고 쌍안경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물 속에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글레페는 즉시 보트를 띄웠다. 그가 현장에 달려갔을 때 경찰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그는 혼자였다. 하지만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 구명 조끼를 던져주자 일부 청소년들이 “경찰이세요?”라고 소리쳤고 일부는 “테러리스트”라고 반복적으로 외쳤다.
그는 쌍안경으로 총을 든 사람이 오는지 살피면서 배를 호숫가 가까이 몰아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물에서 끌어올렸다. 청소년들은 서로 도우면서 누가 응급처치가 필요하고 누구를 먼저 배에 태워야 하는지를 얘기해줄 정도로 협력했다. 경찰이 도착해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글레페는 너댓번 정도 섬과 육지를 오갔다.
글레페는 “그저 본능적으로 움직였다”면서 “그런 상황에서는 공포조차 느끼지 못한다. 그냥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백소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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