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 팀 쿡… IT업계 술렁 ‘애플 신화’를 창조해온 스티브 잡스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아이폰을 내세워 정보기술(IT) 트렌드를 주도하며 생활혁명까지 불러온 그지만 병마를 이겨내지 못한 채 경영 일선에 물러났다. 삼성을 비롯한 반 애플 진영은 반격의 기회를 맞았다.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는 25일 “그동안 CEO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되면 이사회에 가장 먼저 알리겠다고 말해왔는데 불행하게도 그날이 왔다”며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세계 최고 IT기업 애플의 ‘선장직’은 팀 쿡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물려받았다.
잡스가 애플 CEO에서 물러나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1985년 애플이 경영난에 빠지면서 잡스는 애플에서 쫓겨났었다. 이번에는 다르다. 병마 때문이기는 하지만 그는 성공한 CEO로서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앞으로 이사회 의장직을 맡는다.
잡스는 맨손으로 애플을 세웠고 세계 일류 기업으로 도약시킨 애플의 ‘정신적 지주’이자 ‘주인공’이다. 잡스는 엔지니어이자 컴퓨터광이던 스티브 워즈니악 등과 함께 1976년 창고에서 애플을 설립하고 자신의 차를 팔아 마련한 몇백 달러로 세계 최초 상업용 개인컴퓨터인 ‘애플1’을 만들었다.
잡스는 이때부터 이미 시장의 미래를 내다보는 남다른 능력을 발휘했다. 이후 검은 화면에 흰 글씨만 나오던 컴퓨터 환경을 바꿔 최초의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를 탑재한 PC ‘리사’와 ‘매킨토시’를 내놓았다. 시장을 너무 앞서간 탓이었을까. 지지부진한 판매로 회사가 경영위기에 몰리며 잡스는 회사에서 쫓겨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인수한 그래픽 업체 ‘픽사’가 만든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경영난에 허덕이던 애플의 ‘구원 투수’로 복귀했고 경영권을 다시 장악한다. 그 후 MP3 플레이어 ‘아이팟’, 스마트폰 ‘아아폰’, 태블릿PC ‘아이패드’ 등 혁신적인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애플을 세계적인 IT기업으로 바꾸었다.
잡스는 카리스마 넘치는 독창적인 스타일로 애플을 이끌어 왔다. 철저한 비밀주의도 고집했다. 기업 기밀을 유출하는 직원을 가차 없이 해고하고 정해진 목표를 100% 이룰 때까지 만족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로젝트별로 부서가 나뉜 애플의 내부 비밀을 모두 아는 사람은 잡스뿐이라는 얘기도 있다.
화려한 언변으로 신제품 발표회 때 청중을 사로잡는 프레젠테이션의 귀재이기도 한 잡스. 그러나 넘치는 자신감 때문인지 경쟁 기업에는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그의 독설에 삼성이 곤욕을 치르곤 했다.
그런 그도 병마 앞에서는 무릎을 꿇어야 했다. 아이팟으로 대박을 터뜨린 뒤인 2004년 췌장암 수술을 위해 처음 병가를 냈던 잡스는 2009년 간 이식 수술로 6개월간 자리를 비웠다. 올해는 아예 기한을 정하지 않은 채 휴직에 들어갔다. 그의 퇴임도 병마 때문으로 여겨진다. 잡스는 이제 ‘IT의 전설’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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