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114는 말이 아닌 차량의 견인을 감안해 설계된 세계 최초의 155㎜ 곡사포다. 1934년 개발에 나서 1941년 실전 배치됐다. M114는 개발 당시 M1 곡사포로 불리다가 제2차 세계대전 종료 후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됐다. M114는 베트남 전쟁에서 사용된 뒤 1978년 신형 M198 155㎜ 견인 곡사포로 교체됐다.
M114를 사용하던 우리나라는 1970년대 초반 미국과 공동으로 M114 성능 개량을 검토하다가 1979년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의 독자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KH-178 105㎜ 곡사포에 이어 개발된 이 신형 야포가 바로 KH-179 155㎜ 견인 곡사포다. M2/M101 105㎜ 곡사포의 국내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1982년에 개발을 완료했고, 이듬해 야전에 배치되면서 M114를 대체했다.
하지만 KH-179는 견인포라는 데 한계가 있었다. 견인포는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자주포와 달리 견인차량으로 이동한 뒤 포병들에 의해 방열된다. 방열은 사격준비 자세를 갖추는 것으로, KH-179 견인포 방열에는 최소 3분 이상 걸린다. 국산 신형 자주포 K-9이 30초 내에 방열을 마치고 초탄을 발사하는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느린지를 짐작할 수 있다.
사격을 마치고 이동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도 문제다. 현대전에서 포병은 과거처럼 한 곳에 오랫동안 머무르지 않는다. 날아온 포탄 궤도를 역추적해 발사지점을 알아내는 대포병레이더의 존재 때문이다. 북한도 중국제 대포병레이더를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포병레이더가 상대방 위치를 역추적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2∼3분 이내다. 적 포병이 미리 준비하고 있다면 2∼3분 안에 대응탄이 날아온다는 얘기다. 사격을 마치면 1분 안에 이동할 수 있는 자주포와 달리 견인포는 방열 해제 등을 마치고 차량과 연결해 포를 끌고나가는 데 15∼20분이 소요된다.
군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K-55나 K-9 같은 자주포를 도입해 KH-179 견인포를 대체하고 있다. 2015년쯤이면 전방지역 KH-179는 대부분 이들 자주포로 교체될 전망이다.
박병진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