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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 염전" 보도자료에서 읽는 꼼수

입력 : 2011-09-30 15:26:07 수정 : 2011-09-30 15:2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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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전 둑에서만 검출'이라고 사실 왜곡

지난 9월30일 취재팀이 농림수산식품부 등 관계자들과 함께 염전을 찾아 시료를 채취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8개 염전 중 함수가 머무르는 증발지는 단 한종의 농약도 검출되지 않았고, 3개 염전의 염(전)둑에서만 살충제 1개 성분이 일부 검출되었다.’

29일 농림수산식품부가 발표한 보도자료 내용의 일부다. 소금으로 만들어지는 바닷물이 머무는 증발지에서는 농약이 나오지 않았음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지난 8월30, 31일 농림식품부와 전남도 관계자와 취재팀이 염전 8곳에서  토양 샘플을 채취할 때 대부분 함초가 말라죽어 있는 염전 둑에서 증발지로 내려가 한두 걸음 걸어 들어가서 했다.(그림 참조) 염전 둑에서 채취한 샘플은 전체 20여개 중 3,4개에 불과하다.

취재팀과 동행했고 보도자료를 작성한 농림식품부 정동기 서기관에게 “왜 염전 둑이라고 표현했냐”고 물었다. 그는 “염전 둑 옆에서 채취하지 않았느냐. ‘염전 둑 옆’이니까 ‘염(전) 둑’이라고 표현한 것이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용어 하나 가지고 왜 그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어 하나’가 아니다. 

염전을 가보지 않은 사람은 염전의 구조를 알 수 없어 오해하기 십상이다. 염전 둑이라고 하면 염전과 외부를 구분하는 외곽의 둑 정도로 이해될 수 있다. 토양을 채취한 지점은 염전 둑이 아니라 대부분 증발지 내에서다. 

유명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자신의 블러그에 ‘그들의 꼼수’라는 글을 통해 “단 한종의 농약도..염둑에서만.. 일부 검출... 애쓴다. 증발지에는 바닷물이 담겨 있는 곳이라 농약이 뿌려졌다 하여도 그 바닷물과 함께 결정지로 넘어가 소금이 되었을 것이다.”면서 “(농약이)염둑에서만’ 검출된 것이 아니라 그 염둑에서 검출되었으면 그 염전에는 농약을 뿌린 것이다”고 지적했다.

농림식품부가 보도자료를 낸 시점도 ‘꼼수’라는 지적을 사는 부분이다. 농림식품부가 자료를 낸 시각은 29일 오후 6시40분. 언론의 보도 시스템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이 시각에 내는 자료는 거의 기사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안다. 정책 홍보자료는 조간용, 석간용을 구분해서 발표하고 급한 자료더라도 언론의 마감시각을 맞춰 주는 통례에서 크게 벗어난다. 

농림식품부는 오후 4시부터 6시30분까지 지자체 관계자들과 회의를 하느라 그랬다고 한다.

하지만 농림식품부가 조사를 맡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자료를 건네받은 건 28일로 확인됐다. 29일 오전에도 자료를 낼 수 있었다는 얘기다. 

당초 농림식품부는 조사결과가 나오면 취재팀에게 바로 통보해 주기로 한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농림식품부가 진정으로 국민의 건강을 걱정한다면 그렇게 뭉기적뭉기적 하는듯한 모습을 보일 수 없다. 농약이 검출됐으면 검출된 사실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고 앞으로 농약을 사용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감독하겠다는 의지와 대책을 내보여야 할 것이다.

특별기획취재팀=박희준·신진호·조현일 기자 special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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