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농약사용 흔적 없다더니… ‘천일염=무공해’ 믿던 국민들 쇼크

입력 : 2011-09-30 10:18:28 수정 : 2011-09-30 10:18:2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드러난 '불편한 진실'…이번 조사는 '빙산의 일각'?
일부 염전업자가 농약을 친다는 사실은 그동안 염전업계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불편한 진실’이었다. 29일 정부 조사 결과 일부 염전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됨에 따라 ‘침묵의 카르텔’은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특히 염전에서 살충제보다 더욱 널리 쓰이는 제초제 성분이 이번 조사에서 나오지 않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초제 성분 분석 방법을 쓰면 더 많은 염전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될 가능성이 크다. 농약 성분은 소금에도 들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국민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농약 사용 흔적 전혀 없다더니…

엔도설판은 독성이 강해 담배 등 비식용 작물에만 쓸 수 있는 농약이다. 따라서 음식에 필수인 소금을 생산하는 염전에서 지오릭스(성분명 엔도설판)를 쓴다는 건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엔도설판 잔류량이 1.7ppm이 나온 염전은 각각 0.07ppm, 0.08ppm 나온 곳보다 근래에 살충제를 뿌린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염전 토양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됐더라도 해당 염전의 모든 소금에서 농약 성분이 함유됐을 것으로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 그렇더라도 농약을 뿌린 당일 염전에 있던 바닷물로 만든 소금에는 농약 성분이 들어갔을 공산이 크다. 이 소금은 다른 날 만들어진 소금과 섞여 시중에 유통된다.

이날 농림부와 해당 지자체 관계자들은 일부 염전 토양에서 살충제 지오릭스의 엔도설판 성분이 검출됐다는 결과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반응이었다. 

해당 지자체 관계자들은 오후에 급히 상경해 농림부 관계자들과 대책회의를 여는 등 하루 종일 긴박하게 움직였다.

염전의 농약살포 실태를 고발한 8월16일자 세계일보 보도.
세계일보가 지난 8월16일 일부 염전의 농약 사용 실태를 고발하는 기사를 내보냈을 때만 하더라도 해당 지자체는 부인하기에 급급했다. 일부 지자체는 긴급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농약을 친 흔적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취재팀이 지난 8월 30, 31일 농림부 및 지자체 관계자들과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농약병 등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강원대 허장현 교수는 “이 문제(염전 농약 사용)는 시작부터 잘못됐다”며 “왜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곳에 농약을 사용하느냐”고 비판했다.

취재팀이 지난 7월26일 방문한 전남의 한 염전에서 발견된 살충제 ‘지오릭스’ 병.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번 조사 결과는 빙산의 일각”


취재팀이 지난 7월 말부터 일부 염전의 농약 사용 실태를 취재하면서 주목한 것은 살충제보다 제초제였다. 취재팀이 방문한 염전에서 파릇파릇 자라고 있어야 할 함초들이 새카맣게 탄 것을 확인해 제초제 사용 의혹을 뒷받침했다. 염전 바닥에서는 제초제인 그라목손과 글라신 병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검사 결과에서 제초제 성분은 나오지 않고 살충제 성분만 검출됐다. 전문가들은 검사장비의 한계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림부 의뢰를 받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검사장비는 단(單)성분만 분석하는 게 아니라 여러 성분을 한꺼번에 분석하는 다(多)성분 분석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제초제인 글라신의 글리퍼세이트 성분이나 그라목손의 파라쾃 성분은 분석하기 어려워 다성분 분석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산(酸)으로 토양의 분자구조를 깨뜨리면 이 두 성분까지 분석해 낼 수 있다. 추가 정밀조사를 하면 3곳은 물론이고 다른 염전 토양에서도 제초제 성분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대 김정한 교수는 “파라쾃은 토양에 딱 달라붙어 불활성화하므로 다른 성분처럼 용매에 넣고 흔들어서 검출할 수 없다”며 “황산으로 분자구조를 깬 뒤 분석하는 실험실은 국내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별기획취재팀=박희준·신진호·조현일 기자 specials@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정채연 '여신의 하트'
  • 정채연 '여신의 하트'
  • 박보영 '빠져드는 눈빛'
  • 임지연 '러블리 미모'
  • 김민주 '청순미 폭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