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손으로 하늘 가리는 정부…국민들 식탁은 불안하다

입력 : 2011-10-01 01:39:37 수정 : 2011-10-01 01:39:3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증발지 시료에서 살충제…정부 “둑에서만 검출” 억지
제초제 성분 분석은 안해
‘염전 둑에서만 일부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농림수산식품부가 29일 발표한 보도자료 내용의 일부다. 바닷물이 머무르는 증발지에서는 단 1종의 농약도 검출되지 않았다고 했다. ‘제 논에 물대기’식 해석이다.

사실은 다르다. 세계일보 취재팀은 8월30, 31일 정부, 지방자치단체 관계자와 전남지역 염전 8곳을 방문했다. 당시 토양 시료를 채취한 곳은 파랗게 자라고 있어야 할 함초가 말라 죽은 곳 주변이었다. 대부분 염전 둑에서 증발지로 내려간 뒤 한두 걸음 들어가서 흙을 펐다. 둑에서 채취한 시료는 전체 20여점 중 3, 4점뿐이다.

보도자료를 작성한 농식품부 관계자도 동행했다. 30일 그에게 “왜 ‘염전 둑’이냐”고 물었다. 그는 “‘염전 둑 옆’이니까 ‘염전 둑’이라고 썼다”고 했다. 또 “용어 하나 가지고 왜 그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에 검출된 농약은 살충제 지오릭스의 엔도설판 성분이다. 강한 독성 탓에 미국에서는 지난해부터 사용이 금지됐다. 우리나라에서도 담배와 같은 비식용 작물에만 쓸 수 있다. 국민이 먹는 소금을 만드는 염전에서 나와서는 안될 성분이다. ‘염전 둑에서만’ 나왔다고 해서 감춰질 일이 아니다. 염전을 가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염전 둑’을 제방쯤으로 오해할 것도 같다.

토양 시료를 조사한 방식도 문제다. 염전에서 살충제보다 더욱 널리 쓰이는 것은 제초제다. 제초제 성분은 토양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강한 산을 써서 분자구조를 깨뜨려 검사해야 한다. 전문 용어로, 다성분이 아니라 단성분 분석을 해야 한다. 농식품부도 애초에는 단성분 분석을 약속했다.

“왜 제초제 성분은 분석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립농산물품질원에 확인하라”고만 했다. 품질원 관계자는 “제초제 분석을 했느냐”는 질문에 “답할 수 없다”고 했다. “분석할 수는 있느냐”는 질문에도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자신 없는 목소리는 ‘아니요’라는 뜻으로 들렸다.

‘농약 염전’에 대한 농식품부 태도는 그동안 미온적이었다. 지난달 16일 취재팀 보도 직후 즉시 소금과 염전 토양의 잔류농약을 검사하겠다고 했지만 소금만을 대상으로 했다. 농약을 친 날의 바닷물로 만든 소금을 찾아내기란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처럼 어렵다.

농식품부가 ‘염전 둑’ 농약 검출 사실을 공개한 시각은 전날 오후 6시40분. 일과가 모두 끝난 때다. 우리 천일염을 세계 3대 명품으로 발돋움시키겠다는 장밋빛 정책은 오전에 발표됐다.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이에 대해 ‘꼼수’라며 비난했다.

염전의 농약 사용은 국민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보도자료 표현 하나로 사실이 감춰져서는 안 된다. 어물쩍 넘어갈 일도, 그럴듯한 대책으로 꾸밀 일도 아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철저히 관리·감독하는 일이 국민을 위한 농정이요 식품정책이다.

신진호 기자 ship67@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정채연 '여신의 하트'
  • 정채연 '여신의 하트'
  • 박보영 '빠져드는 눈빛'
  • 임지연 '러블리 미모'
  • 김민주 '청순미 폭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