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이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직접 영업에 나서고 지상파에 금지한 중간광고를 할 수 있게 된 점은 종편에 대한 정부·여당의 여러 특혜 중 가장 단적인 사례로 지목된다.
여야는 미디어렙 관련 법안을 연내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입장 차가 워낙 커 실현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미디어렙 법안의 가장 큰 쟁점은 종편을 판매대행사 위탁 대상에 포함시킬 것인지 여부다. 한나라당은 “종편에 직접 영업을 일단 허용하고 3년 뒤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위탁 여부를 논의하자”며 종편 측 주장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여야 미디어렙법 6인 소위원회 소속 안형환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일단 예외조항을 둔 다음, 추후 재논의를 한다는 당의 기본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종편을 판매대행사 위탁 대상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김재윤 의원은 이날 고위정책회의에서 “미디어렙법이 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종편이 출범함으로써 광고시장은 더욱 혼란에 빠지게 됐다”며 “종편 출범은 언론의 다양성과 공정성을 저해하는 특혜방송의 탄생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왼쪽 두 번째)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노영민 원내부대표는 미디어렙법과 관련해 “언론시장이 공익성이 무너진 약육강식 정글로 전락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한나라당에 연내 처리 협조를 촉구했다. 이제원 기자 |
광고 분량도 종편은 지상파에 비해 유리한 여건이다. 지상파는 프로그램 시간의 10%를 초과할 수 없지만, 종편은 12%까지 가능하다. 특히 지상파에선 금지된 중간광고 허용은 종편의 광고 수익 증대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케이블TV의 의무 전송 강제는 물론 국내 제작 프로그램 편성 비율 등도 종편에 대한 특혜로 꼽힌다. 지상파가 분기별 전체 방송시간의 60∼80%를 국내 제작프로그램으로 채워야 하는 반면 종편의 편성 비율은 20∼50%에 불과하다.
지상파에 비해 종편은 제작 인력과 자본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외주 제작이나 수입물에 의존할 공산이 크다. 정부가 ‘시청자의 선택권 확대’를 종편 도입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기존의 케이블 방송들이 지상파 방송이나 수입 외화물을 재탕, 삼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종편도 ‘저질 콘텐츠’ 논란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박세준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