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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옥스퍼드 영어사전 편찬자들이 2011년 올해의 단어로 ‘쥐어짜인 중산층(squeezed middle)’을 선정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놀랍다고 했다. 강력한 후보였던 ‘아랍의 봄(Arab Spring)’을 누르고 올해의 단어로 뽑힌 탓이다. 그만큼 글로벌 경제위기로 어려워진 중산층의 문제가 동시대적이면서 세계적인 공통의 아픔이 됐다는 의미일 테다.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것은 우리나라만의 얘기가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인 모양이다.

중산층은 우리 사회의 다수다. 외환위기 이전에만 해도 전체 가구의 70∼80%가 스스로 중산층으로 여겼다. 그들은 우리 사회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통계청의 ‘2011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나는 중산층”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52.8%로 나타났다. 20여년 만에 중산층이 전체 가구주의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스스로 ‘빈곤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45.3%로 집계됐다.

중산층이 늘어날 기미는 없다. 오히려 중산층이 아예 붕괴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어제 ‘2012 국내 10대 트렌드’ 보고서에서 신빈곤층이 확장될 것이라고 했다. 집이 있지만 집 때문에 가난하게 사는 ‘하우스푸어’, 직장은 있지만 비정규직과 저임금 딱지가 붙은 ‘워킹푸어’, 자식교육으로 노후를 준비 못한 ‘리타이어(retire)푸어’ 등 새로운 빈곤층이 양산될 것이라고 한다. 불황이 깊어지면서 중산층이 대거 신빈곤층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얘기다.

희망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신분상승이 어렵다는 패배의식만 팽배해지고 있다. 일자리가 줄어 가계소득은 줄고, 고물가로 지출만 늘어나는 현실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가난을 벗어날 수 없는 사회, 사회경제적 신분상승이 어려워지는 사회라면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가정이 해체되는가 하면 생계형 범죄가 늘고, 계층 간 갈등이 심화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선거철이다. 여야 모두 중산층을 살리겠다고 난리다. 말로만 떠들 게 아니다. 중산층의 좌절감을 달래주고 희망을 줄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김선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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