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궁테러 교수 항소심서 복직시키려 했다”

이정렬 판사 “법 위반 알면서도 공개” 해명
당시 합의 내용 밝혀 파문 “법관으로서 부적절” 비난

창원지법 이정렬(43·사진) 부장판사가 비공개가 철칙인 법관들의 합의내용을 공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 판사는 “실정법 위반임을 알면서도 공개한다”고 밝혀 법질서 수호를 책임지는 법관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란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5일 대법원에 따르면 이 판사는 법원 내부통신망에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 복직소송 판결에 관한 글을 올렸다. 김 전 교수는 최근 영화 ‘부러진 화살’의 모델이 된 ‘석궁테러’ 사건 주인공이고, 이 판사는 복직소송 항소심 주심을 맡아 김 전 교수에게 패소 판결을 내린 인연이 있다.

이 판사는 “법원 내부에서조차 ‘엉터리 판결을 했다’는 메일을 받아 실정법 위반임을 알면서도 합의내용을 공개하고자 한다”며 당시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당시 재판장이던 박홍우 의정부지법원장을 포함해 만장일치로 김 교수의 승소로 합의가 이뤄졌다”며 “그러나 판결문 작성 도중 김 교수의 청구가 ‘1996년 3월1일자 재임용 거부를 무효로 한다’는 것임을 발견하고 변론을 재개했다”고 회고했다. 학교 측이 ‘법정공휴일인 3·1절에는 아무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만 입증해도 김 교수가 패소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이 판사는 “김 교수의 승소를 확실히 하기 위해 변론재개를 했는데 도리어 결론이 뒤집게 된 상황이 벌어진 데 대해 안타까움을 공감했는데, 어떤 이득을 얻으려고 자해를 하고 증거를 조작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이 판사의 이런 해명은 “심판의 합의는 공개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법원조직법 65조를 위반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대법원은 이 판사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