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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국부다 ‘세계는 인재 전쟁’] 유럽 인재의 ‘블랙홀’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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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8-06 14:52:22 수정 : 2012-08-06 14:5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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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탄탄’ 기회 ‘활짝’ 자율 ‘보장’… 외국 인재들의 천국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폐쇄적인 인재 정책을 펴온 독일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동안 자국 내 핵심 인재를 육성해 활용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이제 세계에 문을 활짝 열고 외국인 고급인력을 끌어들이려고 하는 것. 각국 인재는 이에 호응해 독일로 향하고 있다. 특히 독일이 유럽을 넘어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재정위기의 파고 속에서도 굳건히 경제성장을 이뤄나가며 유럽 인재의 ‘블랙홀’로 떠오르고 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막스플랑크 인텔리전트 시스템 연구소.
◆유럽의 인재를 유혹하다


독일 자동차·항공기술 연구개발(R&D) 기업 뤼커는 지난해 새로 고용한 직원의 10%인 50여명이 스페인과 폴란드 등에서 온 외국인이었다. 회사는 이들을 위해 따로 어학코스와 문화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또 외국인 직원이 새로운 일과 환경에 적응하도록 세심하게 돕는 ‘동료 코치’ 제도를 도입해 일일이 선배 직원을 붙여주기도 했다.

영업·마케팅 부문 대표 마르틴 아우캄은 “회사 내 외국인 직원이 많아지고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며 “외국인이 독일에서 일하는 데 대한 법적 제한이 완화되면서 앞으로 유럽뿐 아니라 인도, 중국, 멕시코, 브라질 등에서도 인재를 영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인재가 독일로 몰리는 것은 독일이 유럽의 재정위기 속에서도 탄탄한 경제성장을 이뤄내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실업률은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6월 독일로 이주한 사람은 모두 43만5000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19% 늘었고 특히 남유럽 출신이 많았다.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독일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가스트아르바이터(Gastarbeiter)’는 단순 노무직에 한정됐다. 전문직은 자국의 교육 시스템으로 길러낸 인재 몫이었다. 하지만 독일은 낮은 출산율로 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심각한 전문인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독일엔지니어연합(VDI)은 현재 독일 내 엔지니어 9만여명이 모자란다고 추정했다.

독일은 자국의 인재 육성과 함께 외국의 인재 영입도 병행하는 정책으로 선회했다. 원칙적으로 외국인 이민을 허용하지 않았던 폐쇄적인 정책부터 바꾸었다. 이민법을 개정해 2005년부터 유럽연합(EU) 비회원국 출신의 연봉 8만4000유로 이상을 받는 고급 인력에게 영주권이 부여됐다. 8월부터 시행되는 블루카드 제도에 따라 연봉 하한선은 4만4800유로, 엔지니어와 정보기술(IT) 전문가 등 특별히 수요가 높은 직종은 3만4900유로로 낮춰졌다. 이들은 입국시 3년간 체류할 수 있는 비자를 받고 3년 후에는 거주허가를 얻을 수 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막스플랑크 인텔리전트 시스템 연구소에서 박사과정을 진행하고 있는 오현철씨가 실험실에서 특수 제작한 장비를 작동하고 있다. 그는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장비라도 아이디어만 내면 연구소에서 어떻게든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슈투트가르트=백소용 기자
◆인재에게 자율성과 기회를


독일에 있는 전 세계 인재는 독일 기업이나 연구소를 선택한 이유로 ‘자율성과 기회’를 꼽는다.

독일 최고 두뇌가 모이는 대표적 기초과학 연구소인 막스플랑크 연구소를 보면 이와 같은 특징이 극명히 드러난다. 이 연구소에 독일 정부는 매년 14억유로의 막대한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연구 진행과 결과에 대해 간섭하지 않는다. 실패 가능성이 큰 분야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 같은 지원 덕분에 막스플랑크 연구소는 과학 분야에서 32명이라는 세계 최다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며 ‘노벨상 사관학교’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독일 전역에 흩어져 있는 80여개의 막스플랑크 연구소에 박사급 연구원이 1만3000명, 석사 및 초빙 과학자가 1만2000명에 달할 정도로 대규모의 두뇌집단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화학, 물리학, 생물학, 의학 분야뿐 아니라 인문학, 사회학 등에도 배치돼 연구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연구원 2만5000명 중 40%가량인 1만명이 외국인이다. 외국인을 많이 선발한 것은 학문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막스플랑크 인텔리전트 시스템 연구소에서 박사과정을 진행하고 있는 오현철씨는 전 세계 공개선발 과정을 통해 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왔다. 독일에서 석사도 한 그는 “영미권 대학이나 연구소가 최고 성적을 갖고 있는 소수의 엘리트만을 뽑는다면 독일 대학·연구소는 최소 기준만 넘기면 자신의 능력을 보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특징”이라며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일단 연구를 시작한 뒤에도 결과물을 내라는 압박이 없어 자율성이 무한정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석준원 재독한국과학기술자협회장은 “과학기술자들은 자기가 갖고 있는 역량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느냐,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데, 독일은 이를 모두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슈투트가르트=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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