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심층기획 우리 안의 폭력] 조폭 수사 대부 조승식 변호사

관련이슈 심층기획 우리 안의 폭력

입력 : 2012-09-05 09:43:18 수정 : 2012-09-05 09:43:1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학교폭력 다잡아야 조폭도 소탕”
“큰 가지 치기 전 뿌리부터 솎아내야
폭력배는 절대 미화될 수 없는 대상”
‘해방 이후 최고 악질 검사.’

현역 시절 조승식(사진) 변호사 앞에 붙었던 수식어다. 그가 가는 임지마다 그곳에 똬리를 틀었던 조직폭력배들은 번번이 조 검사의 칼끝에 떨어졌다. 범서방파 두 목 김태촌, 부산 칠성파 두목 이강환, 부산 영도파 두목 천달남. 그가 잡아들인 조폭만으로도 1980년대 한국의 조폭사가 그려질 정도다.

국내 조폭수사의 대부인 조 변호사는 4일 인터뷰에서 “학교폭력을 다잡아야 조직폭력배를 소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역 시절 김태촌 등 거물급 주먹을 잡아들이던 그가 갑자기 학교폭력을 화두로 꺼내든 데는 1950∼1960년대에 본격 성장한 조직폭력배들이 실은 중·고등학교 폭력서클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조 변호사는 “유명 폭력조직인 칠성파, OB파도 중·고등학생들이 커가면서 세를 불린 것”이라면서 “학창 시절 문제학생들을 바로잡지 못한 결과가 깡패와 조폭”이라고 강조했다. 큰 가지를 치기 전에 뿌리부터 솎아내야 조직폭력이 없어진다는 의미다.

그는 특히 “폭력이 발전하는 단계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거친 주먹’도 세월이 흐르면서 말끔한 ‘사업가’로 둔갑하지만, 근본은 어디까지나 학창 시절 주먹으로 교실을 평정하는 깡패적인 속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태촌이 모 호텔 회장을 협박해서 3억원을 뜯어낼 때도 말은 점잖게 했어요. 조직원들을 바깥에 세워놓고 ‘사우나나 같이 가시죠’한 겁니다. 김태촌이 10번 왔다 가고 그 호텔 회장 체중이 5㎏이나 빠졌다지요.”

조 변호사는 “깡패가 점잖다고 말하는 공직자나 사업가들은 그 실상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면서 “이권이 한 번 걸리면 본성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지검 재직 시절 그가 잡아들인 영도파 두목 천달남을 두고 “그 사람은 깡패가 아니다”고 두둔하던 검찰 고위간부를 꼬집는 말이다.

조폭수사의 중심이었던 강력부의 몰락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뱉었다. 조직폭력배를 잡겠다는 혈기 넘치는 검사들이 줄을 섰던 것은 옛말이 됐다. 때깔도 나지 않고, 조직폭력배들의 음해와 공작에 걸려들어 무너진 강력 검사들이 부지기수다.

“강력 검사는 힘만 들고 보상도 없어요. 깡패들 뒤를 봐주는 권력자의 외압에 밀려 인사에 물 먹기도 일쑤니, 누가 수사하려 들겠어요.”

조 변호사도 오랫동안 한직을 전전했다. 다행히 노무현 정부 들어서서 대검 강력부장으로 발탁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치적 세력이 없다 보니 깡패와도 아무 연관이 없었어요. 역설적으로 그 때문에 깡패에게서 자유로운 정권이었지요. 깡패들도 기댈 권력이 없어졌고요.” 그리고 2008년 3월, 대검찰청 형사부장을 끝으로 28년 6개월간 근무한 검찰을 떠났다.

이제 수사 현장에서 떠난 조 변호사는 폭력에 무감각해진 시대가 아쉽기만 하다. “사람은 불구경하기를 재미있어 합니다. 조폭 영화와 드라마가 인기 있는 것도 그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조직폭력배는 절대 미화될 수 없는 대상입니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뉴진스 다니엘 '반가운 손 인사'
  • 뉴진스 다니엘 '반가운 손 인사'
  • 박규영 '아름다운 미소'
  • 오마이걸 아린 '청순&섹시'
  • 임지연 '여신의 손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