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타차 준우승 그쳐 무산돼
메이저 대회 우승은 말 그대로 생애 한 번 하기도 어려운 엄청난 사건이다. 그런데 박인비는 올 시즌 열린 3개 메이저 대회를 독식했다. 시즌 개막 후 메이저 3연승은 무려 63년 만이다. 박인비가 두 번째다. 박인비가 세계 여자 골프를 사실상 평정한 셈이다.
남자 골프까지 영역을 넓히면 1953년 벤 호건(미국)이 마스터스와 US오픈, 브리티시오픈을 내리 제패한 기록이 있다. 벤 호건부터 따져도 무려 60년 만에 박인비가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그 60년 사이에 아널드 파머,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등 ‘골프의 전설’들이 시즌 개막 후 메이저 3연승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모두 실패했다.
파머는 1960년에 마스터스와 US오픈에서 우승했지만 브리티시오픈에서 한 타 차 2위에 머물러 개막 후 메이저 3연승이 무산됐다. 또 니클라우스는 1972년에 마스터스, US오픈을 차례로 제패한 뒤 브리티시오픈까지 노렸지만 리 트레비노에게 역시 1타 뒤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우즈는 메이저 4연승 기록이 있다. 2000년 US오픈부터 2001년 마스터스까지 메이저대회를 휩쓸어 ‘타이거 슬램’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하지만 ‘천하의 우즈’도 시즌 개막 후 메이저 3연승은 이뤄내지 못했다. 이 기록에 우즈가 가장 근접했을 때는 2002년이었다. 그러나 브리티시오픈에서 공동 28위에 머물렀다.
여자골프에서는 팻 브래들리(미국)가 1986년에 나비스코 챔피언십과 LPGA 챔피언십을 휩쓸고 US여자오픈에 나섰지만 1라운드에서 76타를 치는 부진 끝에 공동 5위에 머물렀다. 브래들리는 그해 듀모리에 클래식에서 우승해 한 해 메이저 3승을 달성했다. 여자골프에서 한 해에 메이저 3승을 기록한 최근 사례가 바로 박인비 이전에 브래들리였다. 소렌스탐은 2005년 US여자오픈에서 시즌 개막 후 메이저 3연승에 도전했지만 공동 23위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개막 후 3연승이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역시 ‘캘린더 그랜드 슬램’ 가능성 때문이다. 이제 전 세계 골프팬들의 관심은 올해 남은 두 차례 메이저 대회에서 박인비가 승수를 보탤 수 있느냐에 쏠리게 됐다. 여자골프에 메이저 대회는 지난해까지 나비스코 챔피언십, LPGA 챔피언십, US여자오픈, 브리티시여자오픈 등 4개였지만 올해부터 에비앙 마스터스가 추가됐다. 박인비는 이 가운데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만 우승을 못했다. 에비앙 마스터스에서는 메이저 대회로 승격하기 전인 지난해 정상에 올랐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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