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그랬다. 외환위기가 코앞인데도 강경식 당시 경제부총리는 “펀더멘털은 튼튼하다”고 했다. 이후 펀더멘털 운운하는 것은 ‘믿기 어려운 수사’가 돼 버렸다. 이번엔 다를까. 외환위기 당시와 현재, 또 다른 신흥국과 한국의 펀더멘털을 비교해보면 현격한 차이가 있기는 하다. 1997년 경상수지는 82억달러 적자였지만 올해는 사상 최대인 530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한은은 전망하고 있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11월 244억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액도 2013년 7월 말 3297억달러로 13.5배 불어났다. 1997년 말 -611억달러였던 순대외채권(대외채권-대외채무)은 지난 6월 말 1403억달러를 기록했다.
외채 구조의 건전성도 개선되는 흐름이다. 한은에 따르면 6월 말 만기 1년 이하 단기 외채는 1196억달러로 총 대외채무 잔액 4118억달러 중 29%를 차지한다. 1999년 9월 말 28.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단기 외채 비중은 금융위기 시점인 2008년 9월 말 51.9%에 달했다. 다른 신흥국과 비교해도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은 월등하다. 한국이 올해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할 전망인 반면 위기의 진앙인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적자 행진 중이다.
이런 이유로 이번 신흥국 위기가 한국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작을 뿐 아니라 한국 경제의 차별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은의 한 간부는 “자본이 빠져나가는 다른 신흥국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자본이 거꾸로 들어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인도가 국제통화기금(IMF) 지원을 받더라도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며 “한국은 외환위기 트라우마가 있어서 불안해하지만, 1997년 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현오석 “한국 괜찮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2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현 부총리는 한국이 인도 등 금융시장 불안을 겪고 있는 아시아 신흥국과는 차별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재문 기자 |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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