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상의없이 언론에 흘려 내심 ‘불쾌’
“서울시장 출마용 사전 포석” 관측도 진영(사진)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초연금 정부안이 대선 공약에서 크게 후퇴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조만간 사의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한 관계자는 22일 “기초연금이 공약대로 결정되지 못한 데 대해 책임지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보건의료협력 시행 협약 체결 등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중인 진 장관은 25일 귀국한 뒤 공식적으로 사의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정책위의장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진 장관은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65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월 20만원 이상 기초연금 지급’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하는 데 중심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26일 발표 예정인 정부의 기초연금 최종안은 ‘65세 이상 노인의 70% 내지 80%에게만 소득수준이나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최고 20만원 한도에서 차등 지급’하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진 장관 측은 “본인이 대선 공약의 핵심인 복지정책을 마련하는 데 일조했는데, 그 공약이 지켜지지 않은 것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 맞고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이 가는 것도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장관 사퇴로 끝낼 수 있겠는가”라며 “장관 혼자 물러난다고 무너진 신뢰와 약속에 따른 국민의 실망과 분노가 잠재워질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내심 불쾌하고 황당하다는 기류다.
기초연금제 도입안 발표후 사의를 표명해도 되는데 굳이 사전에, 그것도 언론에 흘려 청와대와 복지부 사이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치게 했다는 이유에서다. 진 장관이 공약 후퇴에 대한 보완 책임을 아예 외면하려는 점도 청와대로서는 못마땅한 눈치다. 청와대는 사의 표명이 공식화한 만큼 사표를 수리하지 않을 수 없고, 그럴 경우 후임 장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부담스러워 난처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친박계이자 서울 용산구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진 장관이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에서 여권의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됐던 터라 사의 표명 검토가 이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남상훈·윤지희 기자 phh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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