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 사고 시 매출액의 5%까지 부과되는 과징금은 기업의 책임 정도를 감안해 탄력 적용된다. 소량이거나 연구개발(R&D) 용도의 화학물질 등록기준도 완화된다. 산업계가 3가지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해온 문제가 대부분 해결된 셈이다.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은 24일 국회에서 윤성규 환경부 장관과 당정협의를 하고 이런 방향으로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및 ‘화학물질 등록·평가법(화평법)’의 시행령을 마련하기로 했다. 불산 누출사고 이후 규제 강화를 주장해온 야당과 환경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여기엔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셈법도 깔려 있다. 굴지의 전자·화학기업이 몰려 있는 경기도의 김문수 지사는 최근 청와대와 국회에 보낸 건의문을 통해 “모든 신규 화학물질의 등록을 의무화한 화평법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강력한 환경규제법”이라며 수정을 촉구했다.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과 환경부가 화학물질 관련 규제법안을 논의하기 위해 24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가진 당정협의에서 윤성규 환경부장관(오른쪽)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남제현 기자 |
그러나 야당은 법률 실효성이 크게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화평법을 대표 발의한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화평법은 환경부·산업계·시민사회 등으로 구성된 시행령 협의회에서 합의를 도출하도록 해야 한다”며 “당정은 원안을 흔들지 말라”고 말했다.
당정은 협의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 보상과 관련해 정부가 피해자의 의료비를 먼저 지원하고 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하도록 하는 방안도 확정했다.
이천종·홍주형 기자 skyle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