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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구직자 두번 울리는 ‘맹탕 대책’

입력 : 2013-10-06 20:06:59 수정 : 2013-10-06 20:2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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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실적 올리기만 급급… 일자리 질·급여 알바 수준
청년고용률 10년째 하락… 훈련기관만 지원금 혜택
일자리를 찾던 서모(24·여)씨는 네일케어(손톱관리)를 배워 취업할 생각에 훈련과 취업을 함께 시켜주는 고용노동부의 청년 취업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총 500여만원의 교육비 중 150만원만 자비로 부담하면 된다고 했지만 실제 들어간 돈은 재료비를 포함해 250만원이 넘었다. 그런데 훈련 이후 서씨가 소개받은 곳은 월급 70만원에 9시간씩 주 6일을 근무하는 최소한의 근로기준법도 지켜지지 않는 사업장이었다.

실망한 서씨는 지난 9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는 해외 취업알선 프로그램으로 발길을 돌렸다. 해외 대형 크루즈에서 네일아티스트로 일하는 것이었는데, 모집공고에는 주 65만원 정도의 급여를 보장하는 것으로 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인센티브제였다. 또 영국에서 교육을 다시 받아야 하는데, 이때 생활비와 비행기표를 직접 부담해야 했다.

서씨의 사례는 정부의 청년고용 대책이 단기 실적올리기에만 급급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자리의 질과 급여 모두 아르바이트와 비슷하거나 그 수준에도 못 미치는 ‘무늬만 청년고용 대책’인 것이다.

6일 고용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00년대 들어 청년실업이 사회문제가 되자 2003년에 청년실업 종합대책을 처음 내놨다. 이후 10년 동안 실업대책에서 청년인턴 지원과 창업 지원, 교육훈련, 글로벌 청년리더 양성 등의 고용촉진 정책으로 발전했지만 청년 고용률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청년층(15∼29세)고용률은 2002년 45.1%에서 2012년 40.4%로 10년 사이 4.7%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39.5%로 더 떨어졌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청년고용률 제고가 핵심 국정과제인 고용률 70% 달성에 중요하다고 판단해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들이 지난 10년간 청년고용률을 높이는 데 별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고, 실적에 대한 부담으로 질 낮은 일자리만 양산하는 등의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정부의 청년층 고용정책의 상당수는 여전히 단기 일자리 제공에 머물고 있다. 중소기업 청년인턴제의 올해 예산은 전년보다 8.3% 증가했고 인원도 1만명 늘어난 5만명으로 확대됐다. 내년에도 3만7000명이 예정돼 있다. 그러나 채용된 인턴 중 1년6개월이 지난 시점까지 고용이 유지된 사람은 2009년 32.7%, 2010년 37.0%, 2011년 37.7%에 불과하다. 또한 청년 노동력 인구 중 임시일용직 등 불안정 계층이 3분의 1에 달하고, 고졸 이하에서 고용률 저하가 더 심각함에도 정책이 청년층 일반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이규용 연구위원은 “노동시장에 취약한 청년층은 시장으로 들어오지 못하거나 들어오더라도 질 낮은 일자리에 부실하게 통합된다”면서 “대상자별 맞춤형 프로그램이 가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직업훈련이 중요하지만 정작 교육 내용이 단편적이고 자격증 중심이라는 비판도 있다. 제과제빵과 가정요리, 미용 등 기술교육이 대부분이어서 청년층에 걸맞은 다양한 직업훈련이 이뤄지지 않는 데다 최근에는 직업상담사, 논술지도사 등 각종 자격증 교육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은수미 의원은 “취업과 연결되지 않는 직업교육이 이뤄지면서 엉뚱하게 직업훈련기관에만 지원금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년유니온 오세연 홍보팀장은 “청년들이 느끼는 가장 큰 문제는 노동의 질, 근로환경에 대한 고민 없이 일단 취업시키고 보자는 정부 정책의 태도”라고 비판했다.

윤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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