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훼손·검정제도 무력화 논란 거셀 듯 교육부가 ‘좌우 편향’ 논란을 빚고 있는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에 대해 사실관계와 표기 등 ‘팩트’ 오류를 수정하겠다는 당초 방침과 달리 편향된 ‘관점(사관)’으로 기술된 내용도 바로잡겠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도한 편향성’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지만 검정제도 무력화와 역사교과서 집필에 대한 국가 개입 논란 등 상당한 파장을 부를 전망이다.
교육부 한 관계자는 “실무팀의 재검토 결과 8종 교과서 모두에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적잖은 팩트 오류에다 지나치게 편향된 관점으로 기술된 내용들이 발견됐다”며 “좌우 가리지 않고 언론과 자문위원회 등에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한 관점의 경우 각 집필진에 수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교학사 외 교과서의 ‘좌편향’ 실례를 들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려할 만한 기술이 여러 군데에서 발견되고 있다”고 말해 관점 수정권고 가능성을 내비쳤다.
교육부는 지난주 중립성향의 역사학 교수와 연구자들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검증 작업을 진행 중이며, 사실관계 오류의 경우 교학사 교과서가 가장 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학사를 제외한 7종의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들은 교육부의 이 같은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 교과서 집필자 모임인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협의회’는 교육부의 어떠한 수정권고도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비상교육 교과서 대표집필자인 도면회 대전대 교수(역사문화학)는 “역사적 사실관계에 대해 다양한 관점과 해석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검정교과서 제도 취지 자체를 부정하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교육부가 검정에 합격한 교과서를 재검토해 수정토록 한 행태를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 교수는 “명명백백한 사실관계 오류 외에 ‘좌편향’이나 ‘친북적인 관점으로 쓰였다’며 수정권고를 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민주당도 교육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좌시하지 않고 강력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교학사 측은 교육부 수정 권고를 따르기로 했으며, 새누리당 내부에선 좌편향적인 내용 수정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교육부의 관점 수정 권고가 이뤄지면 사회·정치적으로 ‘역사 전쟁’이 격화하면서 국론이 분열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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