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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주머니 터는 ‘등골 연금’… 노령화 추세 적자 더 키워

입력 : 2013-10-20 20:23:37 수정 : 2013-10-20 22:5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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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빼면 15조원 적자
수령자 매년 급증… 지급액 ‘눈덩이’
사학연금도 기금 고갈 우려 높아져
특정 정책 사업이나 공무원 후생, 연구개발 등을 위해 예산과 별도로 운영되는 각종 연·기금의 수지에 적신호가 켜졌다. 20일 기획재정부의 ‘2014년도 기금운영계획안’에 따르면 54개 사회보험성·사업성·계정성 연·기금은 올해 20조9000억원, 내년 19조7000억원의 흑자가 예상된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심각하다. 전체 연·기금에서 국민연금을 제외하면 흑자에서 내년 15조여원의 적자로 뒤바뀌게 된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적자가 매년 크게 불어나고 있어서다. 연·기금의 적자 증가는 정부 재정에 심각한 위험으로 작용한다. 결국은 정부가 세금을 통해 적자를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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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군인연금 적자 눈덩이

국민·공무원·군인연금 등 6개 사회보험성 연·기금의 흑자 규모는 올해 31조7000억원에서 내년 34조5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이 노후생활에 대비해 매월 납입하는 국민연금의 흑자가 올해 33조6000억원에서 내년 35조3000억원으로 늘기 때문이다. 반면, 국민연금을 빼면 사회보험성 기금은 내년에 8176억원 적자다. 공무원·군인연금의 적자폭이 확대하는 탓이다.

1960년에 도입된 공무원연금은 초기 5년간 연금을 적립하지 않고 경제발전 등에 썼다. 연금을 받을 퇴직자가 거의 없어 모아 두기보다는 적극 활용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다가 1993년 수입보다 지출 규모가 커지는 적자가 발생했고, 1997년 연금이 고갈되는 사태를 맞았다. 정부는 부랴부랴 2000년 연금법을 개정해 이듬해부터 적자를 국고로 보전하기 시작했다. 유일하게 2002년에만 혈세가 투입되지 않았다. 그해 교육공무원 1만7000명이 증원돼 수입이 늘어 3776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군인연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본래 공무원연금법의 일부로 운영되던 군인연금은 1963년 별도의 법 제정으로 독립했다. 공무원연금보다 20년 앞선 1973년 적자가 났다.

두 연금의 적자를 메우느라 투입된 재정은 2001년 6073억원에서 2005년(1조4660억원) 1조원대, 2008년(2조3786억원) 2조원대, 지난해(3조2845억원) 3조원대, 내년(4조4356억원)에는 4조원대로 급격하게 증가해 14년 새 무려 7.3배 뛸 것으로 예측됐다. 이런 적자는 연금 수령자 증가와 직결돼 있다. 공무원연금 수령자는 내년에 36만6000명으로 2001년(16만721명)의 2.3배나 된다. 군인연금 수령자도 내년에 8만5000명으로 2001년(5만7380명)의 1.5배로 는다.

◆다른 기금도 적자 늪에서 허우적

국민체육진흥기금과 과학기술진흥기금 등 44개 사업성 기금 역시 적자의 늪에서 빠져 있다. 사업성 기금은 내년에 적자가 5조4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000억원 더 늘어난다. 사업성 기금의 적자는 저소득층의 주거안정 지원이나 농어민 지원 확대 등으로 지출이 늘어난 것이 주원인이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1조5946억원 증가한 39조1115억원이 지출될 계획이다.

사업성 기금은 기금 간 중복되거나 비슷한 사업이 많아 이를 통폐합해 기금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일부 기금 사업을 보면 기금 간 중복되거나 민간이 책임져야 할 사업까지 수행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표적으로 청소년육성기금의 청소년성문화센터 설치·운영과 성범죄청소년 치료·재활 사업은 여성발전기금의 성폭력 재발방지 사업과 성매매방지중앙지원센터 운영 사업과 유사하다.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연수교육이나 조사연구, 소외계층·신문활용교육 구독료 지원 사업 역시 언론진흥기금의 사업과 유사·중복된다.

공공자금관리기금과 공적자금상환기금 등 4개 계정성 기금도 융자회수 감소, 정부의 지출 확대에 따른 국채 발행 등으로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 계정성 기금은 내년에 적자가 9조4000억원에 달한다. 올해보다 무려 3조9000억원이나 증가하는 수치다.

◆연·기금 적자 탓 국가부채 급증


한국의 국가부채는 공무원·군인연금 등 국가가 지출할 가능성이 있는 채무까지 감안하면 이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다. 재정 건전성 등을 생각하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는 직접적인 상환 의무를 지는 확정된 채무만을 반영해 국가채무(Debt)를 산출해왔다. 지난해 기준 국가채무는 443조1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1272조4000억원 대비 34.8%를 기록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처럼 앞으로 발생 가능성이 매우 큰 경제적 부담을 포함한 국가부채(Liability)를 계산할 경우 지난해 말 기준 국가부채는 902조1000억원으로 GDP의 70.9%에 달하게 된다. 국제적으로는 국가채무보다 국가부채를 더 존중하고 여기에 공공부문의 부채까지 감안한 포괄적인 부채를 계산해 관리하는 추세가 형성되고 있다.

세종=박찬준·이귀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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