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20일 “뻔한 얘기지만 돈을 더 걷고 덜 줘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무원의 경우 과거엔 박봉이어서 공무원연금이 임금보조 성격도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공무원 9급 공채에 대학생들이 몰리는 것을 보면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는 내는 돈과 받는 돈의 균형을 맞춰도 불합리하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은 “재정으로 매년 수조원을 메우고 있는데, 앞으로 연금 수령자가 계속 늘어나면 수십조원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며 “이대로 가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금융경제팀장도 “고령화로 연금 수령자 중 사망자 숫자는 줄어들고 퇴직해서 연금을 받는 사람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며 “지속가능하지 않다면 어느 시기에 어디부터, 어느 수준으로 조정할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학계에서는 지금 당장 연금제도가 중단됐다고 가정할 경우 정부가 연금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돈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연금부채’가 250조∼4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게다가 고령화로 사망자보다 연금 수혜자 증가 속도가 더 빨라져 갈수록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연금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 조정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그렇지만 정부가 적극 나설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정치적인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기득권층의 거센 저항이 불 보듯 뻔하다. 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은 수령액을 줄이자는 논의에 시큰둥하다. 연금을 적립하고 있는 현직 공무원도 미래 연금 수급액이 줄어드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리스 정부는 국가재정이 어려워지자 연금 지급액을 축소하는 연금개혁에 나섰다가 대규모 시위 등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문형표 부장은 “정치적 결단이 있어야 연금제도 조정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같은 상황인 셈이다.
이준협 팀장은 “연금이 공무원연금·군인연금·사학연금·국민연금으로 나뉘어 있고 혜택도 차이가 큰데, 중장기적으로는 통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사학연금이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학연금은 내는 돈보다 받는 돈이 훨씬 많게 설계돼 언젠가 기금이 고갈될 수밖에 없다.
세종=우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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