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사령관 개혁도 부담 장경욱(소장·육사 36기) 전 기무사령관 경질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장 전 사령관은 지난 25일 단행된 중장급 이하 장성 인사에서 육군본부 이재수(중장·육사 37기) 인사사령관으로 교체됐다.
군 정보기관 수장이 임명된 지 불과 6개월여 만에 전격 교체되면서 경질 배경에 대한 설왕설래가 계속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장 전 사령관 경질 이유는 부적절한 인사 개입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적잖은 군관계자들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군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무사령관이 장군 심사나 인사평점을 매기는 데 개입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것만으로 자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인사는 장 전 사령관이 청와대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부임 6개월 된 기무사령관을 바꿀 수 있겠나. 지금이 YS 때도 아니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기무사령관 경질 사례는 1993년 김영삼정부 출범 이후 노태우정부에서 일했던 서완수(중장) 사령관과 군 사조직 ‘하나회’ 숙청과정에서 부임 8개월 만에 교체된 김도윤(소장) 사령관 이후 처음이다.
장 전 사령관 경질 배경으로 윗선에다 대고 말을 함부로 하거나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얘기도 흘러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경질 배경으로 알려진 인사 개입과는 달리 청와대에서 장 전 사령관의 꼬투리를 계속 잡아온 것으로 안다. 할 말 안 할 말 가리지 않는 탓에 장 전 사령관을 부담스러워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번 인사로 정작 입장이 난처해진 이는 김관진 국방장관이다. 지난 4월 장 전 사령관 임명 과정에서 김 장관의 의중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 사령관 부임과 함께 기무사 ‘넘버2’인 참모장이 교체되고 ‘넘버3’인 국방부 100부대장도 조만간 바뀔 예정이다.
기무사 장군은 2년 임기제인 탓에 진급을 못할 경우 자동적으로 옷을 벗게 돼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초 준장 계급장을 단 김선일 전 참모장은 지난 25일 진급 대상에서 빠졌고, 대신 소장으로 승진한 김대열 참모장으로 교체됐다. 보기에 따라 조직 인적구성 재편 신호로 읽힌다. 하지만 참모장 이하 직책 인사는 단행되지 않고 있다.
기무사 조직을 잘 아는 정부 한 관계자는 “기무는 그동안 본연의 군 정보기관으로 업무를 수행했고 사이버사령부나 국정원처럼 댓글 구설에도 휘말리지 않았다”면서 “무슨 문제나 부실이 있었다면 모를까 새로운 사령관이 뜬금없이 개혁의 칼을 뽑는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이 신임 사령관에게 주어진 개혁 미션은 알려진 바 없다. 이번 인사로 기무사 내홍이 깊어진다면 이 신임 사령관의 리더십이 훼손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남동생인 박지만씨와 고교, 육사 동기로 얽힌 개인적 친분은 그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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