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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잡힐 듯 말 듯한 6자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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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11-13 20:51:05 수정 : 2014-03-05 16: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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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만 쳐다보다 재개 시기 놓치면
결국 우리만 손해볼 수 있어
북한이 핵시설을 신고하고, 영변의 냉각탑 폭파 장면을 전 세계에 공개한 게 6개월 전의 일이었으니 6자회담이 장기 표류할 것이라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2008년 6월 비핵화 로드맵대로 6자회담 당사국들이 요구한 절차를 북한이 차근차근 이행했지만, 북한의 행동은 거기까지였다. 2003년 8월 6자회담이 시작돼 2008년 12월 이행 최종단계 조치를 놓고 협상이 결렬되면서 막을 내릴 때까지 6자회담이 만들어낸 나름의 성과다.

5년 가까이 멈춰섰던 6자회담이 최근 들어 꿈틀거리고 있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평양의 메시지를 들고 미국을 다녀갔고, 중국이 들고 다닌 북한의 향후 이행조치를 한·미·일이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니, 6자회담 재개가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옥영대 논설위원
중국의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그간 미국과 북한을 오가며 중재자 역할을 했다. 당사국의 의중도 읽혀졌다. 이번주 한·중 대표회담, 이달 하순 글린 데이비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한·중·일 연쇄방문은 6자회담 재개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북한의 메시지를 한·미·일이 받아들일 것이냐가 핵심이다. 무엇보다 ‘핵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미국의 입장은 재개 여부와 시기로 연결된다.

공개되진 않았지만 북한이 6자회담 복귀조건으로 내건 요구사항은 외교가엔 이미 회자되고 있다. ‘선 6자회담 재개·후 비핵화’다. 북한은 일단 대화가 재개되면 협상 초기에 ‘중요 조치’를 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9·19 공동성명과 2·29합의 이행을 재확인하고 핵 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중단하는 조치가 포함될 수 있다고 예시하면서 단계별로 비핵화 조치와 정치·군사·경제 영역에서의 조치들이 교환돼야 한다는 입장을 이미 전했다. 북한이 내건 정치·군사·경제 영역에서의 조치는 북·미 관계 정상화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미·일은 6자회담 전제조건으로 북한이 2·29합의 때 약속한 핵과 미사일 실험유예,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단 입북 허용 등 최소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현재로선 문턱을 낮출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이렇게 되면 한·미·일, 북·중·러 3-3 구도로 전개되고 있는 6자회담은 올해도 재개되기가 쉽지 않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자세와 태도다. 우리가 동맹국인 미국에 보조를 맞출 것이냐 하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두 번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바마 2기 대북정책은 북한의 선택을 분명하게 하려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려는 진정성을 보이면 대화를 하겠지만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면 압박과 제재를 계속하겠다는 것이 요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끝으로 4강외교의 틀을 짜가고 있는 우리는 단기·중기·장기적인 관점에서 지금의 선택이 과연 옳은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는 북핵 문제가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미국은 전략적 측면에서 북핵 문제를 단숨에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강하지는 않다. 미국은 한반도에 일정한 수준의 긴장이 유지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더구나 미국은 대북 문제보다 중동 문제 해결에 외교적 힘을 집중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목표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6자회담 전제조건의 벽을 현 상태로 할 것이냐 하는 점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 미국의 조건이 충족되려면 6자회담 재개는 산 넘고 물 건너야 한다. 우리는 지금 머리에 핵을 이고 있다. 엄청난 국방비를 투입해야 하고, 원자력협정, 방위비분담 협상 등에서 미국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잡힐 듯 말 듯한 6자회담을 붙들어야 한다. 그간의 6자회담이 ‘북한의 핵능력 증강에 도움만 준 회담’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무리다. 오히려 6자회담이 지연될수록 북한에게 핵 프로그램을 진행할 시간만 더 줄 뿐이다. 우리 정부의 역발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옥영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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