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세·통신요금·보험료 등 거래 금액이 명확한 항목은
카드 결제해도 공제서 제외, 사용액 늘어 정산 유의해야
공제혜택 주는 상품 나오기도 직장인 이모(28)씨는 올해 초 연말정산 결과를 보고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세금을 환급받기는커녕, 20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토해내야’ 했기 때문이다. 세금 환급 내역을 꼼꼼히 들여다보던 이씨는 신용카드 소득공제액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씨는 “신용카드 사용액 중 소득공제가 안 되는 부분의 지출도 꽤 많았다”며 “신용카드 사용 금액은 모두 소득공제 대상에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사용액 중 소득공제에서 제외되는 항목의 사용금액이 올해 84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13월의 월급’이라 불리는 연말정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신용카드의 소득공제 비율은 점차 감소하고 있어 직장인들의 한숨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소득공제 제외항목에 대한 신용카드 사용금액은 2011년 67조1367억원, 2012년 79조5582억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체 신용카드 사용 금액 중 소득공제 제외 항목 사용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4.7%, 16.4%로 늘었다. 올해 1∼10월 비율은 17.1%다. 그만큼 신용카드 사용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세금 비중이 줄고 있다는 의미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는 총 급여의 일부를 초과한 신용카드 사용금액에 대해 공제해주는 것으로, 1999년 도입됐다. 연말정산을 준비하는 근로자들에게는 가장 익숙한 제도지만, 신용카드에 소득공제 제외 항목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세청에 따르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납부하는 국세와 지방세, 학교수업료와 입학금 등 교육비, 보험료, 통신요금, 자동차구입비, 도로통행료, 해외 사용금액 등은 신용카드 소득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목적이 근로자의 소득세 부담 감면보다는 숨은 세원을 잡아내려는 목적이 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경우 사전에 출고가격이 정해져 있는데다가 중고차도 등록제가 의무인 재산인 만큼 거래금액이 명확하기 때문에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식이다.
정부가 체크카드 활성화 정책을 펴면서 신용카드의 공제율 역시 줄고 있다. 최근 국세청이 발표한 ‘2013년 귀속 근로소득 연말정산 종합안내’에 따르면 신용카드 공제율은 15%로 전년보다 5%포인트 줄었다. 신용카드로 인한 소득공제 금액도 2009년 1조8934억원에서 올해 1조2797억원으로 6137억원 감소했다.
이처럼 신용카드로 받는 소득공제 혜택이 줄어들면서 업계에서는 카드 이용자들을 위한 상품이나 이벤트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소득공제 제외항목에 할인 혜택을 주는 ‘KB직장인 보너스 체크카드’는 지난해 8월 출시 이후 1년여 만에 100만장 판매를 돌파했다. 롯데카드는 업계 최초로 소득공제에서 제외되는 5개 항목에 대한 사용금액을 최고 3%까지 포인트로 돌려주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5개 항목은 통신요금, 보험료, 교통비, 해외일시불과 병원비로, 지난해 이벤트에는 10만명이 넘는 회원이 응모해 1인당 평균 5만원씩 22억9000만원의 사용금액을 포인트로 돌려받았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소득공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관련 혜택이나 상품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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