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을 어떻게 믿나요.”(인삼 재배 농민들)
대형마트들이 경쟁하듯 선보이고 있는 ‘반값홍삼’을 둘러싸고 유통업체 측과 농민들 사이에 진실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대형마트 측과 상인들은 “홍삼업체와의 사전 기획으로 대량구매를 하고 유통과정을 줄여 원가를 낮췄다”고 주장하지만, 농민들은 등급이 낮은 삼을 사용했을 가능성과 함께 철저한 품질검증이 필요하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정확한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27일 국내 최대 규모인 충남 금산의 ‘금산 인삼시장’을 찾았다.
◆‘가격 거품 많다’ vs ‘품질 검증이 우선이다’
취재진이 방문한 금산 인삼시장은 때마침 5일장이 서서인지 시장 곳곳은 삼을 구입하려는 시민들로 발디딜 틈 없이 붐볐다. 전국 인삼 생산과 유통량의 80%를 차지하는 이곳에서도 역시 대형마트들이 판매하는 반값홍삼이 이슈였다. 상인과 인삼 가공업체들은 이번이 홍삼 가격의 거품을 걷어낼 절호의 기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삼액을 생산·판매하는 K약업사 관계자는 “(반값홍삼은) 가능하다. 직접 홍삼액을 만들어 팔다보니 외부 비용이 크게 줄어 홍삼액 240g을 10만원에 선보일 수 있다”며 “이렇게 팔아도 반은 남는다”고 귀띔했다. 20년째 인삼가공품을 도·소매하는 Y종합상사 대표도 “20여종의 홍삼액 브랜드를 취급하는데, 모두 가격이 10만원(240g기준)을 넘지 않는다”며 “품질도 유명 브랜드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거들었다.
반면, 업계와 농민 일각에서는 대형마트의 반값홍삼에 제대로 된 6년근 홍삼을 사용했는지 의심을 품고 있다. 2대째 강원도에서 인삼을 재배한다는 Y씨(45)는 “홍삼액 240g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원료 삼은 2∼2.5㎏으로 수삼 값만 10만원가량”이라며 “이것만으로 반값홍삼의 품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인삼생산자협의회 관계자는 “전국 인삼농협과 한국인삼공사가 수매하는 6년근 삼이 전체 계약물량의 90%에 달하는 상황에서 그 많은 6년근을 어디서 구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농약 안전성 문제로 농협 등에서 수매하지 않은 물량과 6년근 인삼 채굴 때 6∼7% 발생하는 파삼 등이 사용될 수도 있다”고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5일장인 지난 27일 충남 금산군 금산읍 ‘금산 인삼시장’을 찾은 소비자들이 인삼을 둘러보고 있다. |
금산시장에서 만난 현지인들의 말만으로는 그 진위를 가릴 수가 없었다. 다만, 반값홍삼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수사당국이 반값홍삼 사실확인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여부를 떠나 당국이 공개적인 조사에 나섰다는 것 자체 만으로도 자칫 그동안 쌓아올린 한국산 홍삼의 명성에 작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한편으로는 대형마트에서 발단이 된 반값홍삼의 가격 경쟁 자체가 국내 인삼농가의 기반을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FTA(자유무역협정)를 앞둔 중국에서 자칫 값싼 인삼이 들어올 경우 국내 인삼농가들의 존립 기반이 뿌리째 흔들릴 것”이라며 “인삼 농가가 하나둘 자취를 감춘 사이 중국이 가격을 올릴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고려인삼이 어렵사리 명맥을 이어오는 상황에서 업체 간 가격 경쟁은 국익과 인삼 농가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금산=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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