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 역시 기존 기계공학을 넘어 전자전기와 융합하고, 토목분야는 철도·플랜트 등 인프라 설계 수요가 높지만 대학 교육이 보조를 맞추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 대기업 팀장은 “신입 사원들이 연봉 이상의 기여를 못하는 건 이미 오래된 얘기”라고 한숨을 내뱉었다.
지난해 5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12년 산업계 관점 대학평가’는 이런 현실을 잘 보여준다. 산업계가 요구하는 분야별 교과목과 대학에서 개설한 교과목을 비교해 개설 비율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자동차는 55.88%, 일반기계 57.88%, 건설 65.90%, 조선은 66.99%로 모두 50∼60%대에 그쳤고 토목만 74.77%를 기록했다.
일반기계 분야의 경우 대부분의 대학 교육이 캡스톤디자인(종합설계)에 편중돼 있었고, 동일 내용의 교과목이 중복 편성되기도 했다. 일선 현장에서 중요한 품질관리 영역 교과목도 대학에서는 비중이 낮거나 아예 편성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조선업계도 주력 제품이 해양구조물의 설계와 생산으로 바뀌고 있음에도 대학 커리큘럼은 여전히 선박기본설계, 선박건조공학 등 선박 위주로 짜여 있다. 국내 한 대형 조선업체 관계자는 “상선에서 해양으로 산업 트렌드가 바뀌고 있지만 새로운 시장에 적합한 인재를 찾지 못해 외국에서 수혈하는 상황”이라며 “해양산업은 굉장히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설계는 주로 유럽에 외주를 주고 우리는 건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물론 (대학교육의 수요자였던) 산업계가 20∼30년 동안 상선에 매달리다 갑자기 다른 시장에 진입하면서 나타난 현상이기에 모든 책임을 대학에 돌릴 수는 없다”면서도 “대학도 변화에 따라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미흡한 게 많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유행에 따른 학과 개편’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경남대 김영훈 교수(조선해양IT공학)는 “최근 해양플랜트가 호황이긴 하지만 해양은 조선보다 더 경기변동에 민감한 산업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해양플랜트 시장이 지금 분위기를 이어간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일부 대학이 해양 쪽으로 특성화할 수는 있겠지만, 그쪽에 너무 올인하는 것도 위험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학교육, 기본에 충실해야”
대학이 고급인력을 제대로 양성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산업계와 교수들은 모두 ‘절대적으로 부족한 전공교육 이수 기준’을 꼽았다. 전공 이수학점 기준은 학부제가 도입되고 복수전공이나 부전공 제도가 보편화하면서 점점 낮아져 50∼60학점만 들으면 대부분 졸업이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전공 이수학점이 최소 70학점 이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자동차회사 관계자는 “전공수업을 많이 안 들어도 되고 취업문이 좁아져 예전처럼 한우물만 파는 학생이 거의 없는 것 같다”며 “기업 입장에서도 예전처럼 신입사원을 뽑아서 2∼3년 가르칠 여유가 없다 보니 대졸자보다는 경력자나 석사학위자를 선호하게 된다”고 전했다. 그는 “그래서 학부생들은 취업 기회가 더 줄어 전공보다는 영어나 인턴 같은 스펙쌓기에 더 매달리고, 기업은 점점 더 전공지식이 부족한 학부생을 꺼리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양대 김우승 교수(기계공학)도 “융합형 인재가 강조되다 보니 학생들이 한 가지에 충실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를 대충 아는 경우가 많다”며 “전공교육을 최대한 충실히 하고 기업에서 원하는 과정은 별도 트랙을 만들어 인재를 양성하는 시스템이 조성돼야 한다”며 “기업도 채용 시 MSC(수학·과학·컴퓨터)를 많이 들은 학생을 높게 평가하는 식으로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전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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