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권 텔레마케팅(TM) 전면 차단 정책은 규제의 적절성 시비를 일으키고 있다. 금융업계는 정부 방침으로 최단 3월까지 전화 영업이 금지되자 매출 타격도 큰 걱정이지만 수만명에 달하는 영업 성과급 기반의 텔레마케팅 인력 호구지책 걱정까지 떠안게 됐다고 울상이다. 특히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보험업계 등에서는 “금융당국이 무슨 근거로 법도 아닌 행정지도만으로 개별 기업의 정상적인 영업 행위를 단번에 금지시킬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불만투성이다. 금융위는 “현재 TM에 사용되는 개인정보의 적합성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중단시킬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향후 자체 고시에 이 같은 행정지도 내용을 반영할 계획이다.
대량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필요성이 커진 주민등록번호 보호 문제에서는 올해 8월부터 시행되는 개인정보보호법령 개정안을 놓고 부처 간 격돌이 예고됐다. 이 법안은 모든 공공기관, 민간기업의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법 시행 후에는 아예 유출될 주민등록번호 자료가 없어지는 것이다. 다만 법령에 구체적 개인정보 수집 근거가 있거나 생명·신체·재산상 이익을 위해 긴급히 필요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는 당연히 예외를 엄격히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규모 고객 정보를 쌓아두고 있는 통신·유통·금융업체 모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은행의 경우 금융실명제법에 의해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허용되나 보험·카드업종은 다양한 서비스·상품이 있는 만큼 사안마다 예외가 인정되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금융위는 “주민등록번호 대체 수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사실상 불가”라는 입장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금융위는 이날 “본인 확인 및 식별코드 등의 문제를 감안할 때 현재로서는 예외를 두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 등 여러 국가의 금융기관들은 주민번호가 없어도 고객관리 업무를 하는 데 전혀 지장을 받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대통령 직속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한 위원은 “금융사들이 주민등록번호 암호화조차도 돈이 많이 든다고 미루는데 금융당국이 이를 허용하는 등 금융사에 특혜를 주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