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이 남은 상태에서 나와도 남은 월세 돌려받지 못해
퇴거 날짜 정해진 경우, 마지막달 월세 임대인과 미리 조정
단기 계약이라도 중개수수료는 동일…감액 받으려면 사전 조율
보증금 없이 월세만 내는 이른바 '무보증 월세'가 늘어나고 있다. |
반대로 집주인의 입장에서도 보증금을 안 받기 때문에 따로 챙겨야 할 부분이 있다. 세입자가 월세도 안내고 짐을 남겨둔 채 연락이 안 되는 경우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
이인덕 전 서울시청 임대차 상담위원의 조언을 받아 상담실에 자주하는 질문을 통해 무보증 원룸 계약시 유의사항과 거주 중 문제 발생시 해결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 보증금은 없어도 예치금은 있다
서울시 OO구 OO동 무보증원룸 40/40만원. 이는 보증금은 없고 예치금 40만원에 월세 40만원이라는 뜻이다. 세입자가 도시가스, 전기료 등 공과금을 안 내거나 가구와 같은 시설물을 손상시킬 경우를 대비해 집주인은 보통 1달분의 월세를 예치금으로 받는다.
물론 계약기간 종료 후 밀린 공과금이 없고 시설물에 손상이 없다면 예치금은 전액 그대로 돌려받는다. 월세는 보통 1달분 선납을 요구한다. 즉, 무보증이라고 해도 약 2달분의 월세를 미리 내고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보증금 없는 임대차도 전입신고, 등기부 확인 필요
이인덕 상담위원은 “보증금이 없는 임대차 계약이라도 전입신고는 해두는 것이 좋다”며 “그러나 확정일자는 받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집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배당을 받기 위해서는 확정일자가 필요하지만, 무보증 세입자는 받아나올 보증금이 없기 때문.
더불어 등기부도 살펴봐야 한다. 이는 계약하는 사람이 과연 소유자가 맞는지, 혹시 경매 신청이 없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함이다.
그런데 3~4개월만 살고 나오는 단기 임대차라면 임대차 보호 내용들은 별 의미가 없다. 거주할 기간이 수개월 정도로 짧은 경우, 전입신고나 등기부 확인은 안 해도 된다.
◆ 무보증 단기 임대차 계약시 주의사항
무보증 원룸은 보통 임대차 기간이 짧다. 세입자가 계약할 때 유의할 점을 살펴보면, 잠깐 살고 나올 계획이라 불편해도 참겠다는 생각은 좋지만, 잘못하면 나올 때 원상 복구비를 억울하게 물 수도 있다. 입주시 시설물이나 비품의 하자 여부를 꼼꼼히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다.
또한 월세 이외 추가 부담이 없는지, 관리비는 별도인지, 주차비·청소비 등을 따로 받는지 등을 계약시 따져봐야 한다.
기간이 남은 상태에서 나와도 남은 월세를 돌려받지 못한다. 그러므로 가급적 월 단위 만기일에 나올 날짜를 잡아야 한다. 퇴거 날짜가 이미 정해진 경우라면, 마지막 달 월세를 임대인과 미리 조정할 수도 있다.
중개수수료는 3개월 단기간 계약이라도 1~2년짜리 계약과 동일하다. 그러나 계약서를 쓰기 전 미리 중개사와 협의한다면, 단기간 계약임을 참작해 적절한 감액을 받는 경우가 많다.
◆ 월세 3일 이상 연체하면 강제 퇴실
월세 연체시 퇴거 조치는 임차인 입장에서 가장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다. 무보증 원룸 계약서에는 일반적으로 “월세를 3일 이상 연체하면, 강제 퇴실 조치한다”는 내용의 조항이 있다.
이는 임대인 입장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주장이다. 받아 둔 보증금이 없기 때문에 기다려 줄 여유가 없으니 바로 나가달라는 것이다.
이 위원은 “계약서에 위와 같은 조항이 있더라도 임대인이 직접 임차인의 짐을 들어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최근 판례”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명도소송을 통해 법원의 판결을 받아 강제집행을 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임차인은 관련 판례를 믿고 ‘배째라’식으로 나와서는 안 된다. 임대인이 법적 절차를 밟아오면 그때는 단지 밀린 월세뿐 아니라 연체이자나 소송비용 등 손해배상금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집주인 입장에서 무보증원룸의 문제점 무엇일까. 일반 임대차에서는 월세의 약 1년분 정도를 보증금으로 미리 받아 두기 떄문에 월세나 관리비 연체가 있어도 어느 정도 기다려 줄 수 있다.
그런데 무보증인 경우, 계약서에 연체하면 바로 퇴거시킨다는 조항이 있어도 실제 집행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대책이 없는 것일까. 임대인이 계약시 유의할 점을 정리해본다.
◆ 사람을 잘 보고 들여야
일단 세입자를 잘 보고 들여야 한다. 이 위원은 “계약조항에 의지하기 보다는 우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골라서 들여야 한다”며 “사전에 세입자의 주민등록등본을 받아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 보통 주민등록증을 보지만, 이것으로는 현재 주민등록이 되어있는 곳을 확인하기는 불충분한 경우도 있다. 주민등록상 주소를 알아야 문제 발생시 법적 절차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입자의 직장이나 부모·친척의 연락처도 받아 둬야 한다. 세입자가 이런 요구를 거부한다면, 계약을 재검토해 보는 것이 안전하다.
더불어 위약금 조항을 활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월세나 관리비를 연체하고도 명도를 거부할 경우 위약금을 부과한다.
한편, 제소 전 화해조서를 받아두는 방법도 있다. 해당 제도는 계약서의 강제퇴거 조항을 들고 미리 법원에 가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판사 앞에서 합의하는 것으로 판결과 같은 법적 효력을 가진다.
이 위원은 “이 제도는 우선 세입자의 협조가 필요하며, 만만치 않은 소요 비용이나 기간을 고려할 때 무보증 원룸 단기 임대차에 적용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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