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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이 미래다] ② 세계 사례서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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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1-29 17:39:37 수정 : 2014-02-03 17: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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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의 8할은 창업… 창의적 인재 키워 도전하게 해야”
'강소대국 이스라엘의 성공' 윤종록 미래2차관이 말하다
2010년 발간된 ‘창업국가’(사울 싱어, 댄 세노르 지음)는 창의성을 북돋는 이스라엘의 교육과 혁신적인 벤처 창업을 소개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국내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 후 읽은 것으로 알려져 관료사회의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는 후문이다. 당시 이 책을 번역해 국내에 소개한 이는 ‘창조경제 전도사’로 불리는 윤종록(57)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이다.

윤 차관은 28일 인터뷰에서 “창조경제의 8할은 창업에 있다”며 “창업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경제 ‘파이’를 키우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스라엘, 핀란드, 싱가포르, 대만을 비롯한 혁신적인 국가들은 자원이 빈약한 대신에 고급 인적자원을 내세워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일에 도전하고 있다”며 “우리 경제도 이런 모델로 운용돼야 생존할 수 있다”며 “고 덧붙였다. 창업을 통해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기존 산업에서 줄어드는 일자리를 보충하는 경제구조를 갖추는 일이 국가 생존전략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한국의 창업 ‘생태계’는 이들 창업강국과 비교하면 창의적인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윤 차관도 동의했다. 무엇보다 창의적이지 못한 교육, 금융지원 체계가 아쉽다고 콕 집어 지적했다. 그는 “과학기술로 무장한 창의적인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 창업강국이 제시하는 주요 메시지”라며 “이런 인재들을 배출할 수 있는 창의적인 교육, 이들이 새로운 도전에 마음놓고 나설 수 있도록 돕는 창조적인 금융환경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차관은 이스라엘로 대표되는 유대인의 창의적인 교육에 주목한다. 두 사람이 사과를 하나씩 교환하면 각자 손에는 사과 하나만 남게 되지만, 아이디어를 하나씩 교환하면 머릿속에 2개씩 보유하게 된다는 것이 유대인의 교육철학이다. 이처럼 아이디어를 생산·교환하는 수단이 질문과 토론인데, 이스라엘의 교육은 이를 근간으로 한다.

그는 “이스라엘 교육은 교사가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학생을 자극하고, 학생 역시 질문과 토론으로 해답을 찾는 과정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스라엘 청년이 지닌 지식의 양 자체는 우리보다 적겠지만 어려운 문제가 닥쳤을 때 해결하는 역량은 탁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암기를 통해 지식의 ‘볼륨’을 키우고, 경시대회에서 상을 받는 것보다 토론과 질문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이스라엘의 교육방식은 이질적인 지식을 융합해 해결 방안을 찾는 데도 월등하다는 게 윤 차관의 설명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토론과 질문의 문화에 익숙한 이스라엘인은 난관에 봉착하면 이질적인 지식을 융합해 돌파구를 찾는다”며 “세계적인 반도체 업체인 인텔을 구한 ‘듀얼 코어’는 이스라엘 연구소의 반도체 전문가 아닌 다른 엔지니어와의 협업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이 28일 정부 과천청사 집무실에서 창업 중심의 창조경제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미래부 제공
세계 바이오 헬스 시장의 25%를 차지하는 이스라엘의 원동력인 테크니온 대학 역시 창의적인 융합의 산물이라고 한다. 공과대로 출범한 테크니온대는 의대와 약대를 통합했다. 윤 차관은 “의사를 배출하는 의대가 아니라 의학을 공부하는 의대, 약사를 키우는 약대가 아니라 제약 과학기술을 탐구하는 약대를 만들어 창업을 활성화한 결과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 중심의 창업 금융지원 체계 역시 이스라엘에서 꼭 배워야 할 점으로 꼽았다. 창업자에게만 실패 부담을 지울 게 아니라 투자자도 위험을 분담해야 한다는 신념에서다. 그는 “담보를 잡고 단순히 돈만 빌려주는 융자는 아무리 많아도 창업에 큰 도움이 안 된다”며 “투자자가 위험을 안고 나서는 문화를 조성하고, 더불어 이렇게 투자해 성공하면 확실한 금전적인 보상을 안겨주는 새로운 생태계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이 실패하면 융자받은 돈을 갚을 길이 없어 사회 낙오자로 전락하는 국내 벤처 생태계로는 창업 활성화에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 윤 차관의 지론이기도 하다. 그는 “벤처 생태계를 수영장에 비유해보자. 융자로 가득 찬 물에서는 창업자가 뛰어들었다가는 익사하기 십상인데, 실패해도 좋으니 창업에 도전하라고 격려한다면 참으로 무책임한 일이 된다”며 “앞으로 정부 역할은 투자의 물꼬를 터 수영장을 채우는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차관은 애초부터 세계시장을 겨냥해 창업하는 이스라엘처럼 우리 청년도 해외로 적극 진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인구가 750만명에 불과한 이스라엘에서 내수시장만 바라보고 창업하는 어리석은 이는 없다”며 “창업 초기부터 세계 시장을 ‘노크’해 성공을 거두고 있는 이스라엘처럼 내수시장이 작은 우리나라 창업도 세계화를 통해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래부를 중심으로 정부가 초등학생 때부터 컴퓨터언어 교육을 하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윤 차관은 “컴퓨터와 인간이 자유자재로 소통할 수 있는 컴퓨터언어를 익히면 세계 어디에서나 통할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솔루션을 구현해 세계시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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