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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국적은 숙명 아닌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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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2-28 20:07:08 수정 : 2014-03-02 11: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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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빅토르 안뿐이랴… 개인의 꿈과 행복 좇아
80년대 중반 후 50만명… 조국 등지고 새로운 뿌리
태어난 나라를 바꿀 순 없지만 살고 싶은 나라를 선택하는 건 자유인 시대다.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선수가 그랬다. 더 나은 삶과 미래 행복을 위해 그는 대한민국 대신 러시아 국적을 택했다. 한때 한물간 선수로 취급받던 빅토르 안은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얼음 바닥에 입을 맞춘 그가 러시아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모습은 충격이었다. 하지만 많은 국민은 국적을 바꾸면서까지 자신의 꿈을 성취한 그에게 열광하고 응원을 보냈다. 빅토르 안 같은 이들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지난해에만 하루 평균 55명이 이런저런 이유로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누적 인원이 50만명에 육박한다.

28일 법무부의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통계연보’와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에 따르면 1985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29년간 발생한 국적 이탈·상실자는 총 46만2169명으로 집계됐다.

국적 이탈은 대한민국과 다른 나라 국적을 동시에 갖고 있던 복수국적자가 우리 국적을 포기하고 외국 국적을 취득하는 경우, 국적 상실은 대한민국 국적만 갖고 있던 사람이 외국 국적을 취득해 우리 국적을 포기하는 경우를 말한다. 과거 병역 기피 파문을 일으켰던 가수 유승준씨는 우리나라와 미국 국적을 동시에 갖고 있다가 결국 미국 국적 하나만 택했으니 국적 이탈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안 선수는 우리나라 국적만 갖고 있다가 러시아로 귀화한 경우라서 국적 상실로 간주한다.

29년간 평균치를 보면 매년 1만5900명의 국적 이탈·상실자가 생겨났다. 집계 범위를 최근 10여년으로 압축하면 매년 2만명 이상으로 늘어난다. 국제화가 진행될수록 국적 이탈·상실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들 통계가 처음 집계된 1985년 국적 이탈·상실자는 4378명에 불과했다. 그러다 1989년 해외 여행 자유화가 이뤄졌고 이듬해 1만1924명의 국적 이탈·상실자가 생겨 사상 처음 1만명을 넘겼다. 이 즈음은 해외 여행 자유화에 따른 세계화 추세가 본격화한 시기다.

국적 이탈·상실자는 우리나라가 월드컵을 개최한 2002년 또 한번 변곡점을 맞는다. 그해 2만4753명이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해 역대 처음 2만명을 돌파했다. 이어 2003년엔 관련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2만8457명이 국적을 포기했다. 지구촌 최대 축구 잔치로 꼽히는 월드컵은 우리 국민의 시선을 해외로 넓히는 계기가 됐고, 2002∼2003년은 우리나라의 순혈주의 ‘고집’이 깨진 원년으로 볼 수 있다.

2012년엔 국적 이탈·상실자가 1만8465명으로 2만명 밑으로 떨어졌으나 지난해 다시 2만90명으로 증가했다. 하루 55명꼴이다.

김준모 기자 jm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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