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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멜라민수지 플라스틱 식기 '환경호르몬 걱정되네'

입력 : 2014-03-13 06:00:00 수정 : 2014-03-13 09: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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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푸드존 음식점 1000곳 조사해보니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가듯 성장기의 어린이들은 학교 주변 분식집의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그런데 아이가 즐겨 찾는 분식집이 환경호르몬 발생에 무방비라면?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조짐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가 12일 나왔다. 전국주부교실중앙회는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의 의뢰로 서울 등 6대 광역시의 그린푸드존(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 내 음식점 1000곳의 종사자를 대상으로 내분비계장애추정물질(환경호르몬)의 검출이 우려되는 주방용품 사용실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이들 업소에서 사용하는 접시류의 재질로는 멜라민수지가 40.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플라스틱 29.0%, 도자기 16.7%, 스테인리스 5.7%, 유리 4.0% 등 순이었다.

플라스틱의 일종으로 잘 깨지지 않아 접시와 식판, 컵 등에 두루 이용되는 멜라민수지 재질의 그릇은 전자레인지에서 사용하면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나올 우려가 있다. 이번 조사에서 학교 주변 음식점 종사자들은 ‘멜라민수지 그릇을 전자레인지에 넣어 음식을 데워도 좋다’에 18.8%가 ‘동의한다’, 30%는 ‘보통이다’라고 답 하는 등 절반 이상이 위해사실을 잘 모르고 있었다.

특히 ‘전자레인지 사용시 용기 표시를 확인하지 않고 사용한다’는 응답비율이 82.6%로 높게 나타났다. 또한 ‘플라스틱 바가지를 국물 담는 용도로 사용한다’는 응답이 18.3%, 국물을 우려낼 때 빨간색 양파망을 사용한다는 응답도 20.2%나 됐다.

라면 용기 등에서의 환경호르몬 검출 논란이 종종 벌어지면서 점차 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는 플라스틱 재질로 바뀌고 있는 추세지만, 흠집이 난 용기를 계속 사용하는 등 잘못된 방식으로 사용했을 때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주부교실중앙회의 최애연 국장은 “플라스틱은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할 경우 유해물질이 용출될 수 있다”면서 “HACCP(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업소에서는 음식이 닿는 식기는 플라스틱 대신 스테인리스 사용을 권한다”고 말했다.

랩도 편의성 때문에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었다. ‘튀김요리가 식지 않게 하기 위해 바로 그릇에 담아 비닐랩으로 씌워주면 좋다’는 물음에 13.3%가 그렇다고 말했다. ‘뜨거운 국물류 배달 시 플라스틱 용기에 담고 랩으로 씌워 배달한다’고 답한 종사자도 21.8%나 됐다. 접착력이 우수해 업소용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폴리염화비닐(PVC) 재질의 랩은 기름지고 뜨거운 음식과 닿으면 프탈레이트류 같은 환경호르몬이 나올 수 있다.

그린푸드존은 학교와 학교 주변 200m 안에 있는 식품 조리·판매업소가 어린이에게 안전한 식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정부가 상시 관리하는 식품안전보호구역이다. 그러나 그린푸드존 내 음식점은 일반 음식점에 비해 영세하고 열악한데다 종사자들의 환경호르몬에 대한 인식이 훨씬 낮아 이곳을 자주 찾는 어린이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동미숙 고려대학교 생명공학부 연구교수(약리독성학)는 “어린이들이 환경호르몬에 많이 노출되면 제때 2차 성징이 안 나타나고 집중력도 저하된다고 알려져 있다”면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그린푸드존은 더욱 철저하게 관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윤지희 기자 phh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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