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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평범한 사람’이라던 유우성, 대북 송금 브로커였다

입력 : 2014-03-14 06:00:00 수정 : 2014-03-14 13:5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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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간첩이 아닙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피고인 유우성(34)씨는 12일 기자회견에서 평범한 시민으로 살고 싶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정체에 대해서는 의문투성이다. 유씨는 화교라는 것을 속이고 국내에서 탈북자로 인정받았지만, 정작 중국에 머물 때는 화교 신분을 이용해 대북 송금 사업으로 큰돈을 벌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영국 어학연수를 하면서 난민 신청을 했고, 거절당한 뒤 국내로 돌아오면서 프랑스에 들러 관광을 즐기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유씨가 ‘평범’한 시민인지는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따른다.

◆수수료 60% 떼먹는 송금 브로커

13일 검찰과 법원 등에 따르면 유씨는 2005년 무렵부터 북한과 중국을 오가며 탈북자들의 대북 송금을 주선해 주는 불법 금융거래인 일명 ‘프로돈’ 사업에 종사했다. 이 사업은 국내에 거주하는 탈북자 등으로부터 북한 내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주는 일이다.

프로돈 사업은 북한 내 또는 북·중 접경지역에 머무는 화교들이 장악하고 있다. 중국 국적인 화교들은 북한과 중국을 비교적 수월하게 오갈 수 있고, 북한 보위부 등으로부터 적발된다고 해도 북한 주민에 비해 신분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프로돈 업자들은 송금 업무 외에도 탈북자들과 북한 체류 가족의 전화통화를 시켜준다든지 북한돈과 중국돈을 환전하는 일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 가족도 비교적 통제가 덜한 화교 신분을 이용해 대북 송금 업무를 한 것으로 보인다.

유씨 가족이 대북 송금 업무에 종사한 사실이 알려진 것은 2009년 해양경찰과 검찰의 조사를 받으면서다. 유씨는 2009년 9월 불법 대북 송금을 맡은 사실이 적발돼 외국환거래법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았고, 이듬해 3월 서울동부지검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 같은 사실은 유씨의 ‘간첩사건’ 1심 법정에서 언급되기도 했다.

검찰이 국가정보원의 간첩사건 증거 조작 혐의와 관련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김진태 검찰총장이 1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는 차에서 내리며 이마를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정말 돈 없어서 망명 신청했나?


유씨와 가족은 대북 송금 사업을 통해 상당한 재력을 축적했을 것으로 보인다. 프로돈이 상당히 고수익을 내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한국 또는 중국에 머무는 탈북자가 프로돈 업자에게 송금하면 업자는 30∼60%의 중개수수료를 챙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2008년 1∼7월 영국에 머물면서 형편이 어려워 지원을 받고자 난민 신청을 했다는 유씨 주장도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유씨는 ‘조광일’이라는 이름으로 탈북자를 가장해 영국에 망명신청했다는 보도(본지 3월4일자 1·5면)와 관련해 “영국에 순수히 영어를 배우러 간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어학연수 비용을 지원받기 위해 난민을 신청한 것이라며 세차장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학 공부를 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탈북자들도 그렇게 하고 있으므로 자신만 문제 삼는 것은 억울하다는 게 유씨 주장이다.

유씨는 그러나 2008년 7월 한국으로 돌아오기 직전 관광 목적으로 프랑스에 들렀다가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가 자신의 해명처럼 난민 지원금을 받아야만 영어 공부를 할 수 있을 만큼 궁핍한 생활을 하진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밖에도 유씨가 화교 신분을 속이고 탈북자 행세를 하면서 국가로부터 지원금을 받고, 한국 여권을 발급받은 점 등은 이미 ‘간첩사건’ 1심에서 유죄로 인정돼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북·중 접경지역에서 활동하는 북한인권운동가는 “유씨가 화교 신분을 이용해 대북 송금업을 하면서 상당한 재산을 모았을 것”이라며 “유씨가 간첩이든 아니든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신분과 국적을 속이는 등 비도덕적 일탈 행위를 한 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조성호 기자 com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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