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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내부고발자 전성시대, ‘성역’ 정보기관도 '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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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3-30 20:43:04 수정 : 2014-03-30 22:5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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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美 내부고발자 전성시대
IT 발달로 민간분야 고발 활발
미국에서 정부나 기업의 내부 고발자(whistle blower)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정보 통신의 발달로 비밀 정보에 접근하기 쉬워지고, 이를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폭로하기 용이해 조직원들이 내부 비리 고발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정부와 의회는 미국의 국익을 저해하는 군사, 외교, 안보 정보 등을 뺀 다른 분야의 내부 고발자를 옹호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 고발 행위가 부정확한 정보와 특정인의 음해 등에 악용될 수 있어 내부 고발자 처리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사회의 내부 고발 문제를 심층 진단해 본다.

◆내부 고발자 전성시대


미국은 2010년 광범위한 금융 개혁 조치를 담은 도드프랭크법을 제정했다. 이 법에 기업 등 민간 분야의 내부 고발자가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이 법이 시행되면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접수된 내부 고발 건수가 2011년 334 건에서 2012년 3001건, 2013년 3238건으로 늘어났다. 미국 국방부는 군 내부의 부정, 비리, 범죄 등을 고발할 수 있는 ‘핫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 기관을 상대로 한 민간 분야의 부정 및 사기 행위 고발로 정부가 회수한 자금이 2012년 33억달러(약 3조5570억원)에 달했다. 미국 정부 기관은 내부 고발자 보상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2012년 정부가 개인에 지급한 보상금이 5억6000만달러(약 6036억5570만원)에 이르렀다. 미 증권거래위는 신분이 드러나지 않은 내부 고발자에게 1400만달러를 지급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정부와 기업 등 기존의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게다가 정보 통신의 발달로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정부 기관이나 기업의 내부 비리를 인터넷 등에 쉽게 폭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내부 고발 행위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조직 내부에서 배신자로 낙인이 찍히거나 순교자로 전락하지 않은 채 얼마든지 부정 부패 행위를 폭로할 수 있어 내부 고발자 전성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국가 안보는 예외인가


미국에서는 최근 내부 고발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미 국가안보국(NSA)의 계약직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NSA의 무차별 도청 및 감청 실태를 폭로한 뒤 홍콩을 거쳐 러시아에서 피신했다. 미 육군 소속의 브래들리 매닝 일병은 75만 쪽의 군사 및 외교 비밀 문서를 위키리크스에 폭로했다. 일부 민간 단체는 스노든과 매닝을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내부 고발자’라고 치켜세운다. 그러나 미국 정부 당국은 두 사람을 ‘반역자’ 또는 ‘스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매닝은 지난해 8월 군사 재판에서 35년의 징역형을 받아 현재 복역 중이다. 스노든은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되면 즉각 기소될 운명에 처해 있다.

미국에서는 국가 보안 사항을 유출하면 ‘간첩법’으로 다스린다. 간첩법에는 내부 고발자 보호 조항이 아예 없다. 미국인의 90% 이상이 스노든을 간첩이 아니라 내부 고발자로 인식하고 있다고 CQ 리서처가 지적했다. 그러나 정보 기관은 스노든이 간첩 행위를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2년 서명해 발효시킨 ‘내부고발자 보호 강화법’에도 정보 기관은 내부 고발의 예외로 분류돼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10월 내린 행정명령을 통해 정보 기관의 비리를 고발하려는 사람은 직접 정보를 유출하지 말고, 미 의회에 신고하도록 지시했다.

미 상원 정보위는 정보 기관 직원이 내부 비리를 고발하려면 소속 기관의 감찰관실, 미 상원과 하원의 정보위 또는 정보위 소속 의원들에게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지난해 11월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 법안은 아직 상원 전체 회의를 통과하지 않았고,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미 하원은 이 같은 법 제정에 대체로 반대하고 있다.

◆두꺼워지는 내부 고발자 보호막

미국에서는 1989년 ‘내부 고발자 보호법’이 처음으로 제정된 이래 고발자 보호 내용을 강화하는 쪽으로 이를 개정하는 입법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이 정부 기관의 내부 비리를 폭로하면 민간 기관 근무자에 비해 여전히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민간인은 내부 정보 폭로 등으로 부당한 행위를 당하게 되면 기업주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게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 그러나 공무원은 내부 비리를 폭로한 뒤 자구책을 강구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내부 고발로 무너지는 성역

스노든의 폭로로 미국 정보 기관인 NSA의 광범위한 통신 도청 및 감청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 정보 기관이 외국 정부와 지도자뿐 아니라 내외국인을 구분하지 않은 채 전화 통화 내용을 도청하고, 이메일 등을 뒤진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세상에 알려졌다. 미 국방부와 군 조직도 그동안 내부 고발의 성역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올해 국방부 수권법에 군 내부고발자 보호 강화 조항이 포함됐다. 군인 등이 내부 비리를 고발하면 법적인 보호를 받고, 성추행 사건 등을 고발했을 때 제대로 처리되지 않으면 청문회 개최를 요구할 수 있는 내용도 이 법에 들어갔다. 미 의회에서는 또 정보 기관의 문제를 폭로하는 조직원의 신변을 보호하는 내용의 입법도 추진되고 있다. 미국 연방 정부뿐 아니라 각 주 정부 차원에서도 자체적으로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는 내용의 입법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내부 고발자들은 자신에게 불이익이 초래되는 위험을 피하려고, 익명으로 인터넷이나 소셜 미디어를 이용해 내부 비리를 고발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언론사에 내부 비리를 제보하는 방법도 여전히 애용되는 수단이다. 미국에서 내부 고발은 비리를 척결하거나 잘못된 관행을 뜯어고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어 정부나 기업 등이 더 투명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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