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료 명목 계열사에 수수료챙겨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상상을 초월한 편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계열사에서 거액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유 전 회장과 자녀는 계열사나 소속 선박 등에 자신이 상표권을 등록한 이름을 붙인 뒤 사용료 명목으로 수년간 천억원대를 받아썼다.
직접 경영하지 않는 회사에서 사실상의 급여를 챙긴 셈이다. 상당수가 과다한 부채 등에 휘청거리던 계열사들은 막대한 ‘이름값’을 당연하다는 듯 유 전 회장에게 바치는 심각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빠져 있었다. 또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한 계열사 고액 컨설팅과 유 전 회장 사진을 계열사에 고가에 넘기는 등 다양한 수법을 사용했다.
또 금융감독원 감사보고서 등을 보면 지난해 영업손실이 7억8000만원이라고 보고한 청해진해운은 상표권, 디자인·특허 사용료 등 수수료 명목으로 10억6000만원을 지급했다. 다른 주력 계열사도 상당수가 수수료 항목을 두고 있었다. 혁기씨가 등록한 세월호 등에 대한 상표권료는 연간 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회장 일가가 이렇게 지난 15년 동안 11개 외부감사 법인 계열사로부터 벌어들인 수수료를 모두 합치면 1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추어 수준이란 평을 받고 있는 유 전 회장의 사진 작품도 장당 5000만원에 계열사가 사들였다. 천해지만 200억원 등 총 500억원어치다. 이 밖에도 유 전 회장 일가는 페이퍼컴퍼니 등을 통해 계열사에서 고액의 컨설팅비를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아이원아이홀딩스는 페이퍼컴퍼니로 추정되는 붉은머리오목눈이에 수수료로 매년 1억2000만원을 지급했다. 컨설팅의 결과물인 보고서는 없었다.
일반인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고, 기업 사상 전례도 없는 이런 행태가 가능했던 것은 유 전 회장의 위상 때문이다.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와 과거 세모 계열 회사 인력들이 그대로 수혈된 유 전 회장 측 관계사 핵심들은 회사별 할당량까지 정해 수수료를 상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으로 회사와 무관한 유 전 회장 등에게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영업비용 계정의 한 항목으로 처리하는 게 수월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렇게 유 전 회장 측을 부당 지원한 회사 경영진은 배임 등의 혐의로 처벌될 전망이다. 유 전 회장 일가도 이들 상표 등의 가치를 과도하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계열사의 횡령했거나 비자금 등을 조성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나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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