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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춘의 종교과학 에세이] 세월호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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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5-02 21:34:26 수정 : 2014-05-30 17: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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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6일 사고 직후 누군가의 긴박했던 문자메시지 대화다. “형, 지금 배 타고 제주도 가고 있는데 배가 뭔가에 부딪혀서”(오전 9시23분) “크게 박살 났어?”(23분) “괜히 우왕좌왕 당황할 필요 없고, 천천히 정신 차리고 하라는 대로만 해”(26분) “시키는 대로만 빨리 움직이면 된다.”(26분)

‘문제 많은 세상을 초월’하려는 세월호(世越號)는 문제 많은 세상에서 침몰했다. 무역규모 세계 7위, 세계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는 한류, 전쟁 폐허로부터의 기적적 경제 발전 등의 저력은 어디에 있었는가? 분명 이번 사고는 세계적 국치였다. 사람들은 대하드라마 같고 영화 같은 인재(人災)라 이야기한다. 누적된 총체적 인재라는 말이다. 인재들을 정리해 보자.

첫째, 사례와 정의(개념관리)에 관한 인재였다. 사고 전례에 대한 분석과 대응전략이 준비되지 못했다. 사건에 대한 정확한 정의·해석·메시지도 적절하지 못했다. 모든 것은 정확한 개념으로부터 정확한 계획과 전략의 수립이 가능하다.

둘째, 왜(why·목표관리)에 관한 인재였다. 생명보다 이익을 위한 무리한 출항은 분명히 잘못된 운영목표였다. 탑승인원, 구조인원, 실종인원의 불확실한 정보도 목표관리를 어렵게 했다.

셋째, 누가(who·인력관리)에 관한 인재였다. 선장과 선원의 프로정신은 물론 공무원의 전문성은 인사관리의 문제점을 보여줬다. 공무원, 회사, 해경, 해군, 민간인 구조대원, 피해자, 피해자 가족, 자원봉사자, 언론 등 관계자 간의 적합한 역할과 협력도 미흡했다.

넷째, 무엇(what·직무관리)에 관한 인재였다. 단계별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고 우왕좌왕했다. 매뉴얼에 따른 업무분장 체계가 미흡했다. 초과 적재, 불안정한 화물 고정, 장비관리 소홀 등도 문제였다.

김진춘 청심대학원대 총장
다섯째, 어떻게(how·체계관리)에 관한 인재였다. 연락체계, 행동체계, 구조체계가 문제였다. 위기대응 전략, 조난대응 훈련, 위기 관련 시뮬레이션 교육 등이 부재했다. 매뉴얼에 대한 안전교육과 안전점검도 부적절했다.

여섯째, 언제(when·시간관리)에 관한 인재였다. 긴박한 상황 전개에 대한 시간관리, 초기대응이 문제였다. 바르고 빠른 판단력이 아쉬웠다.

일곱째, 어디서(where·환경관리)에 관한 인재였다. 조류(潮流)와 시계(視界)에 관해 속수무책이었다. 환경 극복이 되지 못했다.

이제 대한민국은 ‘잘못된 세상에서 침몰한 세월호’로 세계에 각인될 것인가, 아니면 ‘새 세상을 향해 앞질러가는 세월호’로 각인될 것인가. 갈림길에 선 우리에게 요구되는 가치관과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참사랑에 대한 이해와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사람들은 참사랑이란 말을 좋아하고 즐겨 쓴다. 참사랑은 ‘상대방과 전체를 위해 지속적으로, 정성껏, 조건 없이, 기쁜 마음으로 투입하는 것’이라 정의해보자. 이런 참사랑이라면 세월호에 연루된 인재들을 예방하고 치료하며, 해결할 수 있는 지혜와 힘을 줄 것이다. 참사랑의 위대함을 빌려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김진춘 청심대학원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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