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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연합해상기동훈련. |
미국과 러시아가 경쟁적으로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아시아로의 외교중심축 이동)’ 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 일본, 필리핀, 베트남 등을 연결하는 ‘포위망’ 구성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는 중국 등과 손잡고 아시아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4월말 필리핀을 방문해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빚는 필리핀에 대해 확고한 방위공약을 재확인했다. 이후 미군과 필리핀군이 지난 9일 남중국해에 접한 필리핀 북부의 한 군사기지에서 상륙훈련을 실시했다.
이어 남중국해에서의 항해 자유를 앞세워 중국의 석유 시추 시설과 비행장 건설 등을 비난하는 등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동북아에서는 한일간 과거사 문제를 놓고 양국 관계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미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중국에 접근하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를 경계하는 중국과 서방의 제재를 정면 돌파하려는 러시아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양국 관계는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0일 중국 상하이에서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양국 연합군사훈련인 ‘해상협력-2014’ 개막식에 참석했다. 21일에는 상하이에서 열리는 제4차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 정상회의에 참석해 아시아 및 중동지역 40개국 정상들과 외교, 군사,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외에도 러시아는 Mi-26 중형헬기 공동개발, Su-33 전투기 판매 등 기술보호 차원에서 허용하지 않았던 중국의 첨단 장비와 기술 접근을 용인하고 있다.
러시아는 북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장성택 처형 직후 북한-중국 관계가 냉각된 틈을 타 경제 교류를 강화하고 채무를 탕감하며 전략적 관계 복원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4월 말 유리 트루트네프 러시아 부총리 겸 극동연방지구 대통령 전권대표가 방북해 로두철 북한 내각 부총리 등과 경제, 철도, 운수 분야 협력합의서를 체결했다.
양측은 2020년까지 교역규모를 10배로 확대하고 러시아와의 무역에서 루블화를 사용하는 것에 관해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사와 영유권 분쟁으로 중-일 관계가 갈등 양상을 빚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가 아시아 중시 정책을 강화하면서 동북아 지역을 둘러싼 각국의 각축전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사진=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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