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부산진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1시20분께 112신고센터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와 "이웃집에서 심하게 썩는 냄새가 나는데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열어주지 않는다. 확인이 필요하다"고 신고했다.
이런 유형의 신고 땐 홀로 사는 사람이 숨진 채 방치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고를 받은 당감지구대 이용만 경위와 김응대 경사는 즉시 문제의 4층짜리 원룸건물로 출동했다. 2층 계단에서부터 이미 썩는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에 경찰은 주민이 신고한 A(27·여)씨의 원룸 출입문을 두드리며 "문을 열지 않으면 강제로 열고 들어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A씨는 문을 굳게 잠근 채 만나길 거부하며 죽을 거라는 말만 했다.
경찰은 굳게 닫힌 출입문을 사이에 두고 1시간 동안 A씨를 설득하고 압박한 끝에 겨우 문을 열었다.
집안에는 각종 쓰레기와 오물이 1m 넘게 쌓여 조금 더 올라가면 천장에 닿을 정도였다.
코를 막고 내부로 들어간 경찰은 쓰레기더미 속에서 웅크리고 앉아있는 A씨를 발견했다.
경찰관은 A씨가 최대한 상냥한 목소리와 표정으로 끈질기게 대화를 시도했고 결국 마음을 연 A씨가 입을 열었다.
3년 전부터 이 원룸에 혼자 세들어 살던 A씨는 1년 전부터 심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이 걸려 일체 바깥출입을 하지 않은 채 식사도 그냥 배달음식을 며칠에 한번 시켜먹었다는 것이다. 특히 A씨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도 하고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두 경찰관은 이 여성을 살려야 겠다고 생각했다. 우선 저 많은 쓰레기라도 치우기 위해 해당 동주민센터를 찾아 사정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해 차량과 인력을 지원받았다.
청소인력 8명이 4시간 동안 치워낸 쓰레기는 70포대로, 이는 2.5t 트럭 1와 1t 트럭 2대 분량이다. 쓰레기를 치우는 과정에서 역겨운 냄새가 너무 많이 난다는 이웃들의 항의도 빗발쳤다.
쓰레기를 다 치운 경찰은 정신보건센터의 여성상담사를 A씨에게 연결해 줬다.
두 경찰관과 여성상담사의 정성에 마침내 A씨는 조금씩 마음을 열어 부산에 있는 고모의 연락처를 알려줬고 경찰의 연락을 받고 달려온 고모에게 무사히 인계했다.
두 경찰관이 지구대로 돌아온 시간은 오후 6시. 이들은 우선 땀과 오물로 더렵혀진 옷부터 갈아입었다.
이들은 "이 여성을 그냥 두고 그대로 철수했다가는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르는 상황이었다"면서 "현장에서 다양한 일을 접하고 있지만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당시 여성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쓰레기라도 치웠고 빛나는 일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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