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직면한 언어는 4개 중 한 개꼴이라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이 무작위로 뽑은 1500개 언어를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레드 리스트(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 목록)에 적용해 비교·분석한 결과 사용자가 1000명을 밑돌아 ‘소멸위험’으로 분류된 언어는 375개로 전체의 25%를 차지했다. 주목할 대목은 언어 소멸이 생물다양성 감소와 유사성을 보인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같은 기간 생물다양성 현황을 살펴본 결과 양서류 30%, 포유동물 21%, 파충류 15%, 조류 13%가 멸종 위기에 처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대해 저자인 영국 생물학자 조너선 로는 “언어 다양성과 생물다양성은 모두 진화의 산물로, 비슷한 방식으로 진화했다”며 “둘 사이 밀접한 연관이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일정 부분 상관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생물다양성과 문화 다양성 모두 환경적 요인에 의존하며 생물다양성이 낮은 툰드라나 사막과 달리 생물다양성이 높은 열대림에서는 언어 다양성도 높다는 이유다. 산이나 나무가 많아 지역사회가 서로 고립되면 각각 특유의 언어가 발달하기에 유리하다. 뉴기니의 언어 다양성을 위협하는 한 원인으로 삼림 파괴를 지목한 이유다. 생물다양성을 위협하는 환경 변화가 언어 소멸의 주범 중 하나인 셈이다.
이번 조사 결과 3500개 언어는 사용자가 1만명이 채 되지 않으며 전 세계 인구 10명 중 4명은 만다린어(중국 보통화)·스페인어·영어·힌디어·포르투갈어·벵골어·러시아어·일본어 중 한 개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1970년 이후 언어 32%가 사라지고 61%가 소멸 위험으로 분류된 호주의 언어 보존 상태가 가장 좋지 않았으며 태평양(54%)과 아메리카(42%), 아시아(17%) 등이 뒤를 이었다.
연구진은 언어가 사라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식민지화와 세계화, 도시 이주에 따라 소수 언어의 지배가 심화하고 있다”며 “소비와 세계화를 가속하는 인구 성장으로 생물다양성과 언어 다양성은 모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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