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달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
날씨의 장기적인 경향을 기후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온대기후에 속하며, 오랫동안 온대기후에 적합한 농작물을 재배했고 우리의 밥상은 우리나라의 토양과 기후에 적합한 농산물로 차려졌다. 날씨는 세상의 온갖 인간 활동에 영향을 주지만 그중 농사일은 날씨가 그해의 풍흉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미래의 기후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는 것이 필요하다. 농업에서도 미래 우리 땅에서 먹을거리 생산이 어떻게 될지 미리 예측해야 한다. 즉 지금 재배되는 작물이 어디에서 잘 재배될 수 있을지, 생산량이 어떠할지, 병해충 피해는 어떻게 될지 등을 예측해야 한다. 이러한 예측을 바탕으로 작물재배지 재설정,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품종이나 재배기술의 개발, 새로운 작물의 도입 등 미래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사과나 배 등 과실나무는 한번 심으면 30∼40년 동안 같은 장소에서 자라기에 재배 적지를 선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미래 기후 조건을 예측하면 서리피해나 동해 등 기상재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농업과 정보통신기술의 융·복합을 통한 전자기후도,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한 정밀토양도, 작물생육모형 개발 등 새로운 농업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예컨대 전자기후도의 활용은 미래 농업 전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마을마다 또는 농장마다 기후정보를 세밀하게 알 수 있기 때문에 농장 맞춤형 농업기술 서비스의 바탕으로도 쓸 수 있고, 안전과 관련해 태풍이나 홍수 예방 등 방제정책 수립에도 활용할 수 있다. 건축할 때 냉난방 설계나 토목공사할 때 겨울철 땅이 어는 시기 등도 예측 가능하다. 이 전자기후도의 원본자료는 책으로 몇 권이 될 정도로 방대한데, 정부3.0 핵심과제인 공공데이터의 민간 활성화를 위해 웹에서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개발은 기후변화로 예상되는 미래 국민 먹을거리 공급에 대한 불확실성과 우리나라 농업문제를 해결하는 또 다른 열쇠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고관달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