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공인연비의 사후관리를 놓고 벌어졌던 국토교통부와 산업자원부간의 힘겨루기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주 관계부처 장관급 회의를 거쳐 현재 산업부가 맡고 있는 공인연비의 사후관리 제도를 국토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23일 국토교통부와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그동안 자동차 공인연비의 사후 검증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던 두 부처가 관련업무를 국토부로 일원화하는데 합의했다.
국토부는 공인연비 사후검증이 자동차의 안전기준과 형식을 사후검증하는 고유업무에 포함된다고 해석해 지난해부터 공인연비 검증을 시작했다. 지난해 17개 차종을 대상으로 한 검증에서 현대자동차 싼타페와 쌍용자동차 코란도스포츠의 측정치가 오차허용기준인 5%를 넘기면서 올해 2월 재측정을 시작했다.
특히, 재측정 결과는 공식발표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차범위를 벗어났다는 사실이 흘러나와 관련자에 대한 내부 감사를 벌이기도 했다. 산업부과 줄다리기 과정에서 일부러 흘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국토부는 오차를 벗어난 자동차 제작사에 대해서는 1000억원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는 지난 10년간 해온 공인연비 사후검증이 에너지효율 관리 측면에서 고유업무가 맞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연료효율은 안전기준이 아니며 한·미 FTA 등 통상협정의 안전기준에도 자동차 공인연비는 포함돼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산업부는 국제통상의 기준에서 자동차 연비를 안전기준에 포함하면 일부 국가와 마찰이 빚어질 우려가 크다는 입장을 전하며 공인연비 사후관리가 국토부의 안전기준 관리에 포함되는 방안에는 반대해왔다.
양측의 마찰이 이어지며 한 차종에 대해 2개의 공인연비가 등장하자 정부가 총리실을 중심으로 중재에 나섰다. 정부는 이번 주 관계부처 장관급 회의를 거쳐 공인연비 사후검증을 국토부에 할당하는 안건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연비 사후검증 기관이 산업부에서 국토부로 변경돼도 소비자 입장에서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기존 산업부가 발행하는 ‘에너지표시효율 등급제’는 그대로 운영된다. 다만, 제조사가 신고한 공인연비에 대해서는 산업부 소속이던 4개의 연비 측정기관에 국토부 소속인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추가돼 검증에 나선다.
한편, 공인연비 실험 결과가 발표 전에 언론에 공개되며 자체 감사를 벌인 국토부는 마지막 결과 발표까지 총리실 주재 회의가 열리기도 전에 공개되며 정책 보안에 허점을 드러냈다.
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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