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측서 먼저 요청” 거짓말 버젓이
국방부 관계자는 24일 오후 “당시 구급차 4대를 준비해 2대는 강릉 아산병원으로, 2대는 동인병원으로 가게 했다”며 “강릉 아산병원에서도 진짜 임 병장이 탄 ‘129 구급차(민간 응급환자 후송단)’는 지하의 물류창고를 통해 응급실로 향했고, 가짜 임 병장이 탄 군(軍) 구급차는 응급실 정문으로 갔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군은 취재진이 들것에 실린 채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늘색 모포를 덮고 있던 대역 장병(사진)을 임 병장으로 오인하도록 응급실로 이송하는 흉내까지 냈다. 이미 임 병장은 응급실로 들어간 뒤였다.
국방부 관계자는 “강릉 아산병원 측에서 ‘응급실 앞에 취재진이 많아 진료가 제한되니 별도의 통로를 준비하겠다’면서 국군강릉병원에 가상의 환자를 준비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릉 아산병원 측은 “취재진이 없는 별도의 통로를 마련하겠다거나, 가상의 환자를 준비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병원 측은 “건물 내부로 진입하는 통로는 응급실이 가장 가깝고 수하물주차장(지하 물류창고)은 조금 돌아가야 한다”며 “당시 임 병장의 상태가 위급한 상황에서 병원 입장에서는 응급실로 직행해야지, 애써 수화물주차장 쪽으로 빼달라고 요청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국군강릉병원장인 손모 대령은 “강릉 아산병원에서 보낸 환자인수팀(129 구급차)이 환자 인수를 위해 국군강릉병원에 왔을 때 ‘가상의 환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했다”며 재반박했다.
경위가 무엇이든, 언론은 군 당국이 내세운 ‘가짜 임 병장’ 후송 사진과 화면을 국민에게 전달할 수밖에 없었다. 굳이 대역까지 동원해 언론과 국민을 속일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군 관계자는 “전우 5명을 숨지게 한 흉악범을 대역까지 써가며 국민의 눈을 속여 비밀리에 후송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국방부는 논란이 확산되자 입장자료를 내고 “이런 조치(가상의 환자 운용)는 국방부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며 자살을 시도한 사고자의 위중한 상태를 의료적 차원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조치였다”며 “그러나 이런 조치 이후 언론에 설명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한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강릉=정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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