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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진의 밀리터리S] 변명 일관…'씁쓸한' 권오성 육참총장 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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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06 19:21:15 수정 : 2014-08-07 02: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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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일병 사망사건 공개 후
국민 공분에도 변명 일관
대통령 한마디에 물러나
“사의 표명을 하려면 대통령이 ‘일벌백계’를 논하기 전에 하지, 화장실 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는 것만 보인 것 아니냐.”

“어떻게 육군참모총장이 ‘대국민 사과’ 한마디 못하고 국방부 대변인을 통해 입장을 밝히나.”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이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의 책임을 지고 5일 사의를 표명한 뒤 군 내부에서조차 쓴소리들이 터져나왔다. 육군 수장이 사건의 책임을 지고 옷을 벗는 상황에서도 군에 대한 비판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천안함 피격 당시 이상의 전 합참의장이 폭탄주 회식 논란에 휩싸여 용퇴했을 때나 황의돈 전 육참총장이 재산 증식 논란으로 옷을 벗었던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군에 대한 신뢰가 이렇게 추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4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한 한민구 장관(좌)과 권오성 육참총장.
무엇보다 권 총장의 처신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중론이다. 권 총장의 사의 표명은 윤 일병 사건의 전모가 공개된 뒤 6일 만이다. 그동안 국민 모두가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의 심정으로 분노하며 안타까워했다. 육군 최고 지휘관인 권 총장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경위야 어찌됐든 육군 수장이 윤 일병에 대한 엽기적인 가혹행위를 4개월 가까이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권 총장은 지난 4일 국방위 긴급현안질의에 출석, “참모총장은 모든 육군 책임을 최종적으로 지며, 지금까지 그랬듯이 책임질 준비를 하고 군 생활을 하고 있다”는 심경을 피력했다. 사퇴를 언급할 적절한 타이밍이었지만 그는 끝내 용단을 내리지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군 수뇌부의 사건 축소·은폐 의혹와 관련, “가해 병사들이 의도적으로 은폐하려고 노력했다”며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모습을 국민에게 보였다. 2012년 북한군 ‘노크 귀순’ 때 군 수뇌부가 변명으로 일관하던 모습이 연상됐다. 당시 군 수뇌부 가운데 용퇴를 통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권 총장은 지난 6월 22사단 총기 난사사건으로 군이 벌집을 쑤신 듯했을 때도 공개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뒷전에 있었다. 이때도 그의 리더십은 도마에 올랐다. 참모진이 그에게 사의 표명을 제안했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다 하루 뒤인 5일 박근혜 대통령의 불호령이 떨어지자 그는 부랴부랴 사의를 표명했다. 물러날 뜻이 없었는데 등 떠밀려 옷을 벗은 꼴이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을 통해 입장을 밝힌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군인답게, 떳떳하게 국민에 대한 사과 발표와 함께 사의를 표명했더라면 어땠을까. 육군의 한 예비역 장성은 “총장이 이럴진대 부하들은 어떻겠나. 다 눈치나 보며 복지부동하는 군인들 천지”라고 혀를 찼다. 육참총장의 명예는 바닥에 떨어졌다. 때늦은 그의 퇴장이 멍든 군의 신뢰와 병영문화를 개선하는 밑거름이 되어야 윤 일병의 죽음이 헛되지 않을 것이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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