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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군단서도 가혹행위 횡행

입력 : 2014-08-15 18:54:41 수정 : 2014-08-16 01:3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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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단련 명목 기합 등 일상화… 폭력으로 후배관리 습성 여전
GP 소초장 70%가 ROTC 기합·얼차려 묵인 관행 반복
매년 4500여명의 학군장교(ROTC)를 배출하는 대학 학군단에서도 음성적인 가혹행위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군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사고의 원인으로 군내 가혹행위가 지적되는 가운데 이를 관리할 초급간부의 양성 과정에서 가혹행위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GOP(일반전초)와 GP(경계초소)의 소초장과 전방부대의 소대장은 70% 이상이 ROTC 출신 장교들로 채워지고 있다.

수도권의 한 대학에서 ROTC 후보생을 하고 있는 A(22)씨는 “‘결례보고’라는 이름으로 후배가 선배에게 자기가 잘못한 부분을 보고하면 각종 얼차려로 사적 제재를 받는다”며 “학군단 훈육관의 인정 하에 정식 절차에 따라 선배가 후배를 교육시켜야 하지만, 몰래 이뤄지는 가혹행위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선배들이 체력을 키워준다는 명목으로 유격체조 중 가장 힘들다고 하는 ‘온몸 비틀기’와 같은 힘든 동작을 집중적으로 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후보생 B(23)씨는“학군단 입단식 전인 집체교육에서 동기들끼리 엎드려뻗쳐 자세로 연결하는 ‘한강철교’나 동기들끼리 어깨동무를 하고 앉았다 일어서는 얼차려를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B씨는 “5분 안에 카톡 확인을 안 하면 집합을 건다거나 전화도 3번 울리기 전에 받지 못하면 얼차려를 주기도 했다”며 “단과대별로 집합을 당해 얼차려를 주거나 일대일로 선배에게 기합을 받기도 한다”고 전했다.

지방의 한 대학에서 후보생을 하는 C(22)씨는 “방학 때마다 학생중앙군사학교(학군교)에서 다른 학교 후보생들과 같이 훈련을 받으면서 서로 자기 학교의 가혹행위를 자랑하듯 이야기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지방의 한 학군단에서 훈육관을 하고 있는 D(35) 대위는 “일부 학교에서 이어지고 있는 이런 행태는 과거부터 내려오는 전통이나 위계질서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며 “ROTC뿐 아니라 사관학교에서도 여전히 이런 악습이 전통처럼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ROTC 출신 예비역 장교인 김모(36)씨는 “내가 후보생 때는 가혹행위는 물론 구타도 횡행했지만 지금은 구타가 대부분 사라졌다고 들었다”면서도 “증거가 남는 구타 대신 신종 가혹행위들을 이용해 선배들이 후배들을 관리하려는 습성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28사단 윤 일병 사건처럼 선배에게 배운 악습을 후배들이 대물림하는 문화를 예비장교 집단에서 똑같이 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런 악습이 없어지지 않는 것은 당했던 후배들이 선배가 되면서 그대로 되돌려 주겠다는 일종의 ‘본전 생각’이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 2분과위원장인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이에 대해 “선배들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서 가해지는 이런 행위가 결국 나중에 장교가 돼서 병사 선후임 간에 벌어지는 기합·얼차려를 바라보는 시각을 너그럽게 할 수 있다”며 “장교 후보생들부터 이런 부분이 고쳐져야 병영문화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비역 대령 출신의 국민대 정치대학원 박휘락 교수는 “장차 장교가 될 후보생들에게 선후배 간의 규율은 무시할 수 없다”며 “선배가 후배에게 행하는 모든 행위를 가혹행위로 보고 규제한다면, 상명하복의 군 조직에 들어갈 후보생들 사이의 위계질서가 무너질 수 있는 만큼 가혹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처벌하되 그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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